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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피해 탈출한 유대인 아이들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 속으로

입력 : 2025-01-04 06:00:00 수정 : 2025-01-02 1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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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줄리안 보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2만3000원

 

광기의 시대인 1938년 여름 ‘맨체스터 가디언’에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로 광고된 로베르트 보거를 비롯한 일곱 명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개인의 잊힌 역사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다.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자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공동체 조직인 IKG의 기획하에 빈과 오랫동안 섬유무역으로 유대관계가 있던 영국 맨체스터를 우선 대상지로 빈의 유대인 부모들은 그곳의 일간지 ‘맨체스터 가디언’에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대개 11∼14세인 자신들의 아이를 교육해줄 ‘친절한 분’을 찾는다는 광고였다. 명분은 교육이었으나 받아주기만을 간구하는 절실한 기도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서둘러 영어를 배우고, 부모들은 타국에서 구직할 때 도움될 기술들을 익혔다.

줄리안 보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2만3000원

한 달 두 달을 애태우며 기다린 끝에 영국 가정과 연결된 아이는 홀로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빈을 떠나 기차를 타고 영국 땅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만난 가정에서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했다. 부모도 가까스로 탈출하여 가족이 다시 만난 경우는 매우 행운이었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부모가 수용소로 끌려가 죽었다는 소식을 몇 년 후에야 듣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로부터 83년 후 저자는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총명한 11세 남자아이” 광고를 우연히 발견했다. 소년은 바로 그의 아버지 로버트였다. 아버지는 이 광고를 포함, 어린 시절의 거의 모든 일에 대해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 광고를 단서로 저자는 광고에 게재된 아버지와 다른 일곱 명의 아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빈의 라디오 가게에서 상하이 게토, 영국 전역의 수용소와 가정, 독일의 숲과 강제 수용소, 네덜란드의 친절한 무명인들, 프랑스 내의 믿을 수 없는 저항 조직, 뉴욕에서 살아남은 구원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는 운명의 손에 맡겨진 아이들의 놀라운 여정과 유산을 섬세하게 파헤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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