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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꿈에 나와줘"…무안공항에 붙은 부치지 못한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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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3 07:04:38 수정 : 2025-01-03 07: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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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지인이 쓴 손 편지가 어느덧 전남 무안국제공항 계단 유리 난간을 빽빽이 채웠다.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에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 남은 가족을 잘 돌보겠다는 씩씩한 다짐이 묻어나 계단을 오르는 추모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참사 닷새째인 2일 무안공항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난간 중간쯤 붙은 한 메모지에는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에게 전하는 딸의 마음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아직도 엄마가 여행 가서 돌아오지 않은 게 실감이 안 나. 그동안 말 안 듣는 딸내미 키우느라 고생했고,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눌러 적은 메모였다.

이어 "아빠랑 오빠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잘할게. 대신 아빠 꿈에 한 번만 나와서 데이트해줘"라고 절절한 심정을 담았다.

참사로 쌍둥이 언니를 잃은 동생의 손 편지도 붙었다.

희생자의 동생은 "언니, 다시 태어나면 또 내 자매로 태어나 줘. 그땐 내가 언니하고 언니는 동생 하기로 했잖아. 내가 애들 잘 돌보고 살필게. 언니 편히 눈 감아"라고 썼다.

다정하고 살갑던 아버지를 둔 딸도 편지로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희생자의 딸은 "아빠가 매일 일찍 일어나고 힘들었던 거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아빠 주변엔 모두 좋은 친구들뿐이더라.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서 존경스러워. 비행기에서 아프지 않았길, 마지막이 평온했길 바랄게. 내가 너무 사랑해"라고 적었다.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라는 한 줄의 문장은 추모객 여럿을 손등과 소매로 눈물을 훔치게 했다.

무안공항 '추모의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의 노력과 유족, 추모객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은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만들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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