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산 배우자 휴가, 2월 23일부터 사용 가능
임신 중 휴일근무에 더해 야간근로, 연장근로를 회사가 강제해도 문제가 없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A씨처럼 임산부에게 휴일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법 위반에 속한다.
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규정을 둔 근로기준법 제70조를 보면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즉 임산부(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휴일근로뿐 아니라 야간근로도 지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임신 중인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인가 전 근로자 대표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법 위반이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를 피해 평일에 연장근무를 지시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소정근로시간에 더해 지시한 경우라면 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74조는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기존 근무시간에 더해 시간 외 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임산부는 단축 근로를 신청할 수 있다.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사업주는 이를 허용하게 돼 있다.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근로자 경우에는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할 수 있다.
만약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을 때 사업주가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A씨처럼 임산부에게 야간·연장·휴일근로를 지시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이 이처럼 임산부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한 이유는 장시간 노동이 임신 유지에 명백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연구: 유산·사산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유산·사산 당시 업무가 임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었다. ‘업무가 임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이들의 일 평균 노동시간은 9.38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8.80시간, ‘그렇지 않다’는 8.12시간, ‘전혀 그렇지 않다’는 7.55시간으로 나타났다. 유·사산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47시간이었다. 2015년 이후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중 유·사산을 경험한 여성 85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유·사산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는 10명 중 7명꼴로 노동시간이나 업무량을 조절할 수 없었다. 설문에서 응답자 72.1%가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응답자의 69.3%는 유·사산 당시 ‘업무량을 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법이 보장하고 있어도 현실에서는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유·사산 보호 및 이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는 올해 임신 초기 유·사산 휴가를 확대했다. 2월23일부터는 11주 이내의 유·사산에 대한 휴가가 기존 5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배우자에 대한 유·사산 유급휴가(3일)도 올해 새롭게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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