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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개통했다는데 기차 타고 동해안 해돋이 여행 떠나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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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4 11:30:00 수정 : 2025-01-04 1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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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강릉∼부산 연결 동해선 완전 개통/동해서 멈췄던 KTX, 삼척과 ITX-마음으로 연결/애국가 등장 동해 추암촛대바위 해돋이·능파대 장관/삼척 덕산해변·덕봉산생태탐방로 동해바다 아찔하게 즐겨/장호항 기기묘묘한 바위섬도 신비

 

추암해변.

먼동이 터오는 새벽을 걷는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하얀 눈 곱게 덮인 모래사장을. 아무도 지나지 않아 발자국 하나 없는 해변은 하얀 도화지를 닮았다. 2025년에는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성난 파도 휘몰아치는 눈길 타박타박 걸어 추암촛대바위 전망대에 섰다. 바다 위 낮게 깔린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장엄한 빛을 수평선에 커튼처럼 쏟아내는 태양. 올해 걸어가야 할 길에 저 둥근 해의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늘 동행하기를 소망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동해선 타고 일출 구경할까

 

새해부터 기차로 동해안 여행하기가 아주 편해졌다. 강릉∼부산을 잇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돼 1일부터 본격 운행을 시작한 덕분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는 약 2시간40분이면 강릉역과 정동진역을 거쳐 종착역인 동해역에 닿고 ITX-마음으로 갈아타면 삼척∼울진∼포항∼울산을 거쳐 부산까지 한걸음이다. 따라서 올해 동해안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동해선으로 연결돼 15분이면 오가는 동해와 삼척이 대표적인 수혜지다. 특히 동해 정동진과 추암촛대바위, 삼척 증산해변 등 일출 명소가 몰려 있어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 많은 여행자가 동해와 삼척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암해변.

애국가 첫 장면에 등장하는 해돋이 명소 추암촛대바위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른 새벽 든든하게 껴입고 숙소를 나서자 눈앞은 온통 설국이다. 눈발이 흩날리더니 밤새 폭설이 쏟아졌나 보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을 가장 먼저 걸으니 아이처럼 설렌다.

 

아직 어둠이 깔린 증산해변을 힘겹게 걸어 조명이 아름다운 추암해변으로 들어서자 새하얀 눈으로 덮인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형제바위를 시작으로 거북바위, 부부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잠자는 거인바위, 양머리바위가 절벽 앞을 꾸몄고 추암촛대바위도 늠름하게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신비한 기운을 잔뜩 뿜어낸다. 조선 세조 때 체찰사 한명회도 이런 기묘한 ‘석림’과 길이 150m가량의 추암해변·증산해변이 어우러지는 풍경에 흠뻑 반했나 보다. 그는 이곳을 미인의 걸음걸이에 빗대 ‘능파대(綾波臺)’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우암 송시열도 이곳을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추암촛대바위.

추암해변에서 추암촛대바위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5분이면 충분하다. 현판에 ‘능파대’가 적힌 정자 앞에서 서자 왼쪽 추암촛대바위와 오른쪽 형제바위, 지나온 추암해변과 증산해변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고 깎아 조각한 뾰족한 촛대바위의 형상은 볼수록 신기하다. 전망대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담긴 능파대 그림도 설치돼 있는데 230여년 전 그림이 실제 풍경과 흡사해 깜짝 놀라게 된다. 김홍도는 1788년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등을 그린 금강사군첩을 남겼다.

 

추암해변 해돋이.

 

 

형제섬 해돋이.

안타깝게도 오늘은 촛대바위에 태양이 걸리는 애국가 속 해돋이 풍경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짙고 두꺼운 구름이 수평선과 맞닿아 있어서다. 그냥 갈까, 말까.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고민하며 30여분을 서성거리는데 솟아오른 태양이 구름을 헤집고 천지창조의 순간 같은 햇살을 바다 위로 쏟아낸다. 동그란 태양은 볼 수 없지만 구름 덕분에 신비로운 풍광을 만났으니 새벽에 길을 나선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는다. 작은 소원 하나 빌어본다. 올해는 늘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해암정.

반대 방향으로 내려서면 능파대를 배경으로 아담하게 앉은 동해 해암정을 만난다. 고려 공민왕 10년(1361년)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사양하고 내려와 세운 정자다. 팔작지붕을 얹은 정면 8칸, 측면 2칸 규모의 해암정은 불에 타 전소된 뒤 조선 중종 25년(1580년)에 후손 심언광이 다시 지었고 정조 18년(1794년) 중수했다. 건물 내부에는 한명회가 쓴 ‘능파대기’를 비롯해 옛 명사들이 남긴 글귀가 많이 남아 있다. 심동로는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풍월을 즐기며 여생을 보냈는데 해암정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다.

 

능파대와 해상출렁다리.

해암정을 지나면 해상출렁다리가 등장한다. 길이 72m 길이의 다리는 절벽에 걸쳐 있어 바다 위를 걸으며 능파대 전망을 아찔하게 즐길 수 있다. 인근에는 추암조각공원도 자리 잡고 있다. 평화의 도원, 새벽, 선원, 파도소리, 빛과 인간, 일출, 회귀 등 다양한 조형물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덕산해변 포토존.

◆53년 만에 베일 벗은 덕봉산생태탐방로

 

새해 태양의 건강한 기운을 얻고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삼척관광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입담 좋은 택시기사의 맛깔스러운 해설을 덤으로 얻는다. 비용도 아주 저렴하다. 4시간 8만원을 기본으로 1시간마다 2만원이 추가된다. 5시간 이용할 경우 10만원이지만 삼척시에서 50%를 지원하기 때문에 5만원만 내면 된다. 단 미리 예약해야 한다.

 

덕산해변 조형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30분을 달리자 택시기사가 추천한 아담한 덕봉산이 등장한다. 북쪽으로 맹방해변과 남쪽으로 덕산해변을 거느린 덕봉산에는 둘레를 따라 해안탐방로가 조성돼 동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해변으로 내려서자 겨울이라 인적이 거의 없다. 대신 해변을 전세 낸 듯, 머리를 식히며 한 해를 설계하기 좋은 곳이다. 찾는 이는 없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플루트와 오보에를 연주하는 소녀, 아이를 안은 여인, 사슴과 강아지, 그루터기 앉은 소녀 등 다양한 조각들이 해변을 꾸미고 있어서다. 여기에 빨간색 ‘DEOKSAN’(덕산) 포토존이 하얀 구름이 떠가는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와 선명한 대조를 이뤄 낭만을 더한다.

 

덕산해변.

바다로 흘러드는 마읍천을 끼고 있는 덕봉산은 ‘해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 기록에 의하면 원래 섬이었다. 산 모양이 물독과 흡사해 ‘더멍산’으로 불리다 조선 후기 인구 증가로 개간되면서 육지와 연결된 뒤 덕봉산으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진다. 강원 양양에 삼형제 산봉우리가 있었는데 물 위에 떠서 남쪽으로 흘러가다 맏이는 덕봉산, 둘째는 원덕읍 호산리 해망산, 셋째는 경북 울진 비래봉이 됐단다. 스스로 우는 자명죽 설화도 전해진다. 덕봉산에 자라는 대나무 중 하나가 밤마다 소리 내 운다는 소문이 퍼지자 맹방리에 사는 홍견이 자명죽을 얻기 위해 덕봉산 신령에게 7일 동안 제사를 올렸고 자명죽을 찾아냈다. 그가 이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선조 5년(1572년) 무과에 급제했다는 얘기다.

 

덕봉산생태탐방로.
덕산전망대.

마을 주민들은 이런 덕봉산에서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올렸는데 산 정상의 화선대와 우물이 그 흔적이다. 군 해안초소가 있어 출입이 통제되던 덕봉산은 2021년 개방되면서 53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입구에서 오른쪽 길은 덕산전망대, 왼쪽 길은 맹방전망대로 이어지고 정상을 관통하는 탐방로도 마련돼 있다. 해송과 대나무숲이 울창한 길을 걸어 덕산전망대에서 서자 갯바위를 사정없이 때리며 포말로 부서지는 발아래 풍경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며 새해를 써 내려 갈 공간을 만들어 준다.

 

장호항 바위섬.

다시 남쪽으로 20분을 달리면 삼척해상케이블카를 만난다. 근덕면 용화리에서 장호리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용 모양 역사가 마주 보는 하늘길을 874m 날아간다. 거리는 좀 짧지만 하늘에서 보는 동해 풍경이 장관이다. 기대를 안고 용화역 탑승장으로 들어서자 오늘은 운행이 중단됐단다. 거센 바람 때문이다. 날이 맑아도 운행이 중단될 수 있느니 사전에 미리 운행 여부를 파악하고 가야 한다.

 

장호항 바위섬.

대신 장호항으로 달린다. 반달 모양으로 휜 아담한 해변이 쪽빛 바다를 투명하게 담는 장호해변은 여름이면 카누와 스노클링을 즐기려는 이들이 몰리는 곳이다. 돌고래 가족 조형물이 인사하는 입구를 지나 야트막한 전망대 오르자 기기묘묘하게 생긴 장호항 바위섬이 당대의 최고 조각가의 작품처럼 바다를 점령한 풍경에 감탄이 쏟아진다. 햇살 좋은 날 해 질 무렵 찾으면 더욱 멋진 모습을 만난다. 그늘진 바위 곁으로 마지막 햇살을 받은 바위가 마치 황금처럼 눈부시게 빛을 내며 찬란한 한 해의 시작을 선물한다.


삼척·동해=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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