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전 여객기 동체에 수십배 되는 규모의 새 떼가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앞서 사고 여객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57분쯤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주의’ 알림을 받았다. 2분 후 조종사는 ‘메이데이’를 세 차례 외친 뒤 관제탑에 조류와 충돌했다고 교신했다.
이후 2차 착륙 시도 중 동체착륙을 하다 방위각시설 설치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 등 179명이 숨지고 승무원 2명이 다쳤다. 사고기는 오전 8시 57분과 59분 사이 새 떼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 SBS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주변에 새 떼로 추정되는 검은 구름 형태의 물체가 포착됐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SBS를 통해 “구름이나 연기가 아닐 것”이라며 “자유 비행을 하며 형태를 계속 바꿔가면서 날아다니는 게 보이기 때문에 새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학 관점에서 봤을 때 새가 몇 마리 있다고 해서 저렇게 시커멓게 생기지는 않는다. 무리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야지만 저 정도 생길 것 같다”면서 “지금 비행기보다도 더 큰 무리가 비행기하고 충돌하는 거로 봤을 때는 수백 마리 이상이 비행기 쪽으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조류 충돌 이후 양쪽 엔진 모두 이상이 생긴 거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새 한두 마리가 엔진에 흡입된 게 아니라 거대한 규모의 새 떼 중 상당수가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SBS는 전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시민이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시민은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도 무안군에서 거대한 새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당일에 본 새 떼”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A씨는 자신이 무안군 거주자라고 밝히며 “사고 당일 보고 놀라서 찍었다”고 적었다. 그가 공개한 사진 속 하늘에는 새 떼가 검은 물결을 그리며 이동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수백마리 이상의 새가 길게 늘어져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보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