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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 황동혁 감독 “성기훈, 혼자 세상 바꿀 수 있다고 믿어…선한 신념의 좌절 과정 보여주고 싶었다”

입력 : 2025-01-06 06:00:00 수정 : 2025-01-05 19: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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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라는 제도로 게임 끝내려고 노력
실패하자 무모한 반란 카드 꺼내들어
사회 변화 좇던 역사속 인물과 오버랩

노숙인에 빵·복권 중 고르게 하는 장면
현대의 상대적 빈곤·불안감 풍자 의도
불안감 느낀 사람들 일확천금 쫓게해

전통놀이 알리려 5개 묶어서 게임 진행
시즌3 아직 후반작업중… CG 많이 사용
최종 꿈은 불호 없는 작품 만드는 것”

‘시간 가는 줄 몰랐다’ vs ‘역시 시즌1보다 못하다’ vs ‘재미있었는데 7화에서 힘이 빠졌다’.

 

세계적 흥행작의 위력은 역시 어마어마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후 시청자 반응이 쓰나미처럼 쏟아지고 있다. 평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중 7화에 대한 당혹감이 눈에 띈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사진) 감독은 이런 반응을 보며 “약간 슬펐다”고 말했다. 이상 추구와 연대의식이 희미해진 현시대를 역으로 보여주는 듯해서다.

각본을 직접 쓴 황 감독은 “성기훈(이정재)은 몽상가·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시즌2에서는 이런 선한 의도와 신념이 어떻게 좌절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장면들.

“기훈은 선거라는 제도 내에서 게임 참가자들을 데리고 나가려 노력하지만 실패하죠. 마지막에 꺼내 든 카드가 무모한 반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중요한 건 성기훈이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기 신념과 의도를 잃고 변해간다는 거예요. 기훈은 역사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이들이 겪은 일들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기훈의 반란에는 ‘극소수’만 가담한다. 나머지 대다수는 내 이익에 손해될 짓을 하지 않는다. 황 감독은 “예전 같으면 사회 변화를 위해 모두 들고 일어났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며 “하나의 이념·깃발이 사라진 세상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이런 의도는 빗나갔다. 시청자는 패배가 뻔한 일에 극소수가 함께하는 것조차 납득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장면들.

황 감독은 “그만큼 살기 힘들고 하루하루 고통스러워, 헛꿈을 쫓는 사람들이 어이없어 보이는 세상이 됐다는 게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이후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결과를 얻기까지 황 감독은 “엄청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한다. 각본을 쓸 때부터 촬영·편집·홍보 시기마다 “잘될 것 같았다가 어떤 날은 ‘완전히 망하는 거 아니야’ 하는 기분이 들었다가 ‘아니야, 이거보다 재미있는 게 어디 있어’ 혼자 중얼중얼”하는 날이 이어졌다.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쏟아진 반응을 보면서도 햄릿에 버금가는 고민은 계속됐다. “이거 망했나, 아니야 잘되나, 좋아하나, 싫어하나.”

애끓었던 날만큼 시즌2의 장면 장면에는 황 감독의 의도와 철학이 투영됐다. 1화에서 ‘딱지맨’(공유)이 노숙인에게 빵과 복권 중 고르게 하는 장면은 현대의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을 풍자하려 넣었다.

“절대적 빈곤층은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너무 커진 세상이에요. 누구나 빵 한 덩이 정도는 갖고 살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절대 만족할 수 없어요.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 때문에 불안감을 느껴서 일확천금을 쫓게 만드는 게 지금 세상이죠.”

게임을 계속할지 나갈지 정하는 ‘○× 투표’도 비슷한 맥락에서 황인호(프론트맨·이병헌)가 만들었으리라 설정했다. 상금을 갖고 탈출할 기회를 줘도 사람들은 욕망에 눈멀어 ‘한 게임 더’를 외친다. 인호는 이를 성기훈에게 보여줌으로써 큰 좌절감을 안겨주려 했다. 인호는 기훈처럼 게임에서 우승했으나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인물. 황 감독은 “같은 일을 겪고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기훈과 인호)의 신념 대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게임을 고르면서 “한국 전통놀이를 외국 시청자에게 많이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다”고 밝혔다. 시즌1에서 제외한 게임들을 뒤져보니 하나씩 하기에는 단순해 보여 5개 놀이를 묶었다. 세 번째 ‘둥글게 둥글게’에 대해서는 “따뜻한 면과 잔인한 면이 동시에 있는 게임이라 도덕적 딜레마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공개될 시즌3은 아직 후반작업 중이다.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황 감독은 “시즌3에서는 반란이 처참히 실패하고 기훈이 스스로를 원망, 자책하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창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대부분 거머쥔 그는 여전히 꿈이 남아 있다고 했다.

“제 최종 꿈은 욕 안 먹는 작품, 불호가 없는 작품입니다. 평생 한 번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보고 싶은데 사람 생각과 의견이 다 달라서 어렵겠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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