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경보에 시민들 차분히 대피
비상계단 통해 지하·옥상 등 이동
방화문 덕에 유독가스 피해 최소화
소방당국·성남시, 빠른 대처 눈길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3일 경기 성남시 복합상가 화재가 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신속한 경보·대피·진화의 ‘삼박자’를 갖춘 덕분으로 파악됐다. 300명 넘는 상인과 이용객은 화재경보에 따라 지하층과 옥상으로 차분히 대피했고, 층마다 설치된 방화문이 유독가스의 실내 유입을 막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역시 곳곳에 분산된 대피자들을 차례대로 구조하며 1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불은 3일 오후 4시37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BYC빌딩 1층의 김밥집 주방에서 시작됐다. 건물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시뻘건 화염으로 변해 삽시간에 큰불로 번졌고, 검은 연기는 8층짜리 건물을 집어삼킬 듯 매서운 기세로 외벽을 타고 피어올랐다. 인근 행인들조차 메케한 연기에 코와 입을 막고 주변을 지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냐”고 발을 구를 정도였다.
그러나 화재는 심각한 인명 피해 없이 단순 연기흡입자 등 경상자 30여명만 나온 채 진화됐다. 소방당국이 공개한 내부 사진에선 검게 그을린 벽면이 잘 보이지 않는 등 연기가 많이 유입되지 않았다. 불이 시작된 1층 바로 위인 2층 내부는 물론 3층과 4층 복도 벽면은 연기에 그을린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5층과 6층 복도도 벽면이 그대로 유지돼 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소량만 흡입해도 의식을 잃을 수 있고, 통로에 확산하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 대피가 힘들다”며 “층마다 설치된 철제 방화문 대부분이 닫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경보가 울렸고, 이를 인지한 시민들이 차분하게 대피한 것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수영장 강사와 초등학생 20여명은 “불이야” 소리에 비상계단을 이용해 지하 5층으로 대피했다. 건물 6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장인들도 경보기 작동과 동시에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피했다.
옥상문도 개방돼 있어 대피를 도왔다. 지상층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도착한 구조대원들의 안내에 따라 실내에 있는 연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등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100건 넘는 화재 신고가 몰리자 장비 84대와 인원 260여명을 동원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성남시도 안전문자 발송과 모포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화재에서 구조된 인원은 240여명이고, 이 중 7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구조자들은 옥상과 지상층, 지하층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자력 대피한 70명은 걸어서 건물 바깥으로 나오는 등의 방법으로 탈출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4일 합동 감식에서 이번 화재가 1층 김밥집 주방 튀김기에서 발화해 인근 배기 덕트를 타고 확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5층∼지상 8층 연면적 2만5000여㎡ 규모로 음식점과 병원, 수영장, 운동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소매점 등이 있다. 이 건물 상인들은 “막막하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상가의 경우 한 달 임대료와 관리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상가 복구까지는 최소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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