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까지 공 날아가 안전 문제
당초 설계 잘못… 위치 변경도 힘들어
공인 자격 유지한 채 해결 어려워
구, 사고 예방위해 그물망 설치따라
앞으로 전국 규모 공식 경기 못 열어
전국 고교 야구대회와 전국체전을 치른 73억원짜리 울산 중구야구장이 개장 3년 만에 ‘공인 야구장’ 자격을 잃게 됐다.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는 파울볼을 막기 위한 ‘그물망 뒤덮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인 야구장 규격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다.
울산 중구는 6일 “올해 3월 1억2000여만원을 들여 파울볼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물망 설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물망 설치는 타자석 위쪽 일정 부분을 덮고, 주차장에 별도의 기둥을 세워 안전펜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국체전 등 전국 규모 야구대회를 치르는 공인 규격 야구장은 타자석 위쪽 부분을 감싸는 듯한 그물망은 설치할 수 없다. 경기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엘리트 선수들의 정규리그 등 전국 규모의 공식 야구경기를 할 수가 없다. 생활체육인이나 사회인 야구 경기장, 전지 훈련장 등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중구청 한 간부는 “야구장 밖으로 날아가는 파울볼의 위험 해결을 위해 공인 규격 야구장의 자격 자체를 지자체 스스로가 포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2022년 4월 개장한 중구야구장은 3년째 ‘파울볼 야구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마트배 야구대회 등 368경기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파울볼이 야구장 밖으로 날아간 사고가 잇따랐다. 528건의 장외 파울이 발생했고, 인근 도로로 날아간 파울볼도 7건에 달한다. 2023년에도 370여건의 파울볼이 야구장 밖으로 날아갔다.
문제의 원인은 설계와 위치에 있다. 중구야구장은 타자석에서 파울 기둥까지 99m, 중앙 안전펜스까지 122m로 공인 규격에 맞춰 지어졌지만, 타자석과 주차장, 20m 높이의 그물 안전펜스가 밀접하게 배치돼 있다. 공이 그물 안전펜스를 넘어가면 주차장이나 인근 4차선 도로로 바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인 야구장 자격을 유지하면서 파울볼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구야구장은 4차선 도로와 황방산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주차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타자석을 반대편으로 수정해 다시 설치하는 게 어렵다. 건축허가 등 설계 자체를 새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그물 안전펜스만 더 높이는 것도 힘들다. 2023년 12월 중구는 2억7000만원을 들여 공인 규격을 어기지 않는 수준으로, 타자석 주변 안전펜스를 15m에서 20m로 높였지만, 여전히 파울볼은 야구장 밖으로 날아갔다. 더 높은 펜스를 설치하기엔 기둥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울산공항과 인접해 그물 안전펜스 높이에 대한 고도제한도 걸림돌이다. 울산 중구의회 정재환 의원은 “결국 야구장 설계 당시 충분히 살피지 않아 공인구장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며 “이번 그물망 시설 보강으로 파울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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