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 5배 넘는 ‘극초음속’ 추정
군사적 주도권 과시·기술 검증
한·미·일 대응 탐색용 관측도
대통령실, 안보점검회의 열어
북한이 6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2주 앞둔 시점이자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은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두 달 만이며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정오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11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도 북한 미사일이 최고 약 100㎞ 높이로 약 1100㎞를 비행해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 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고도와 비행거리로 볼 때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월과 4월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4월에 쏜 미사일은 불규칙한 궤적을 지녀 요격하기 어려운 글라이더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사거리가 400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 성능을 발휘한다면 괌과 일본 주둔 미군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해 쏜 것과 유사하되 성능개량 작업 및 기술검증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미 대선 전후 대담한 무력시위를 시도해 왔다. 지난해 11월6일 미 대선 당시에는 별다른 군사적 도발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군사적 주도권을 과시하며 한·미·일 대응을 탐색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곳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다”며 추가발사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주재로 합참 등 관계기관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 이준일 한반도정책국장도 이날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오코우치 아키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3자 유선 협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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