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지은 회사로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에 이어 시공능력 58위의 중견 건설사가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소식이 퍼지면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이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약 5년 만이다. 법원은 심사를 통해 이달 중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급격한 자금사정 및 유동성 악화, 원자잿값 상승과 공사비 증가, 분양률 저조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동아건설은 1985년부터 2003년까지 18년간 국내 최고층 빌딩의 자리를 지킨 63빌딩의 시공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한화생명 소유지만, 준공 당시에는 신동아그룹이 대한생명과 함께 63빌딩을 본사로 사용했다. 도급 순위 28위까지 올라가며 승승장구하던 신동아건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파고로 휘청이며 결국 2001년 부도를 맞고 일해토건에 넘어갔다.
재도약에 나선 신동아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경영난을 겪게 된다.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인원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힘썼고, 2019년에서야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동아건설은 2022년 파밀리에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2022년 경남 진주시에 분양한 ‘파밀리에 피아체’의 대규모 미분양 등 지방 사업장의 실적이 좋지 않았고, 건설업계 전반이 PF 사태에 따른 유동성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주택 외에 다른 건설 수주도 점차 줄어들었다. 신동아건설은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의 PF 전환이 실패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60억원의 어음 상환 만기를 메꾸지 못하면서 결국 법정관리 신청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말 기준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은 428.75%로 전년 동기(349.26%) 대비 80%포인트 늘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가 1998년이나 2008년과 맞먹는 불황 국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모두 30곳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환율에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공사비는 오르고 건설 수요는 급격히 위축되면서 올해는 더 암울한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1.4% 줄고, 내년에는 2.1% 축소되며 건설업 불황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순히 주택시장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토목 부분에서는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감소로 공공공사 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민간 공사의 경우 반도체를 비롯한 설비투자 지연 여파가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부도는 내년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액이 늘어 들어온 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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