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에 감염돼 숨진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돼 미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 루이지애나주 보건부는 6일(현지시간) H5N1에 걸려 입원했던 환자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망자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중순 H5N1 감염자 가운데 처음으로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고 발표했던 환자다. 65세가 넘었으며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환자는 자택 뒷마당에서 기르던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 노출된 뒤 H5N1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루이지애나 보건부는 광범위한 조사 결과 지역 내에서 추가 H5N1 발병 사례나 사람 간 전염이 이뤄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올해 66명이 H5N1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첫 사망자가 나오기 전까지 감염자 모두 경미한 증세를 보였다.
보건 당국은 이번 사망자가 감염된 바이러스에 어떤 변이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H5N1은 원래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지만, 종간 장벽을 넘어 전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야생 조류와 접촉한 젖소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다시 사람에게 병을 옮긴 사례가 급증했다.
아직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WHO 자료에 의하면 인간이 H5N1에 걸렸을 때 사망률은 52%에 달한다.
심지어 계절성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 H5N1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 간 상호작용으로 돌연변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독감과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노로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며 ‘쿼드데믹(quad-demic, 네 가지 감염병 동시 유행)’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H5N1 바이러스가 향후 위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CDC 국장은 “H5N1 대유행은 시간문제”라며 “사람에게 전염될 때 사망률은 코로나와 비교해도 상당하다. 아마 25%에서 50% 사이의 치사율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동물·조류 인플루엔자 생태학 권위자인 리처드 웹비 박사는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바이러스의 계보를 25년 동안 연구해 왔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한 형태일 것”이라며 “이 바이러스가 마침내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비극적이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모리대학교 의대에서 인플루엔자 전염을 연구하는 시마 라크다왈라 박사는 “바이러스의 진화는 우려스럽지만, 그만큼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추가로 전염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전염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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