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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극우 정권 출범 가능성에 떨고 있는 독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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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8 10:40:59 수정 : 2025-01-08 10: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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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나치 ‘흑역사’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2월 총선 앞둔 독일도 극우 정당 인기 상승

오스트리아에서 ‘나치의 후예’로 통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FPO)의 집권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웃나라 독일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정권 시절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병합했고, 두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한몸’이었다. 히틀러는 독일인으로 생을 마감했으나 그가 태어난 곳은 오스트리아다.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 인근에서 열린 사회민주당(SPD)의 선거 유세 도중 FPO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가 오스크리아 총리에 오를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오스트리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모든 정당들은 FPO와 협력하지 말아야 한다”며 오스트리아 국민들을 향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신중하게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일 총선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7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EPA연합뉴스

FPO는 2024년 9월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약 29%의 득표율로 원내 1당이 되었다. 하지만 단독으로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집권에는 실패했다. 총선 이후 중도 및 좌파 성향 정당들 가운데 어느 곳도 FPO와는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과 나치 ‘흑역사’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그런데 FPO를 배제한 채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던 다른 정당들의 협상이 4일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원내 1당인 FPO의 키클 대표에게 “조속히 다른 정당과 협상해 연정을 구성하라”고 요청했다.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제 국가로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병존하며 권력을 나눠 갖는 구조다.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 총리가 경제 등 내치를 책임지는 가운데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오스트리아는 원래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과 어깨를 겨루던 강대국이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영토의 대부분을 잃고 소국으로 전락했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나 1차대전 당시 독일군 소속으로 싸운 것이 계기가 돼 독일 국적을 얻고 평생 독일인으로 살았다. 1934년 독일 총통이 된 히틀러는 그의 모국이기도 한 오스트리아 영토를 탐냈다. 결국 1938년 독일은 군대를 오스트리아에 보내 사실상 점령한 뒤 두 나라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를 ‘안슐루스’(Anschluss)라고 부른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 총통이 된 그는 1938년 오스트리아를 독일의 일부로 합병했다. 그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나치 시대의 흑역사를 독일과 공유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39년 2차대전 발발 후 폴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나치 독일에 패한 나라들이 독일의 식민지와 비슷한 처지가 된 반면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일부였다. 전쟁 기간 오스트리아 주민들은 독일인과 똑같이 독일군에 입대해 미국, 영국, 소련(현 러시아) 등 연합국 군대에 맞서 싸웠다. 자연히 잔혹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이도 많았고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에도 관여했다.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뒤 오스트리아는 독일에서 분리되었으며 독일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4대 전승국의 분할 점령을 거쳐 다시 독립국이 되었다.

 

◆2월 총선 앞둔 독일도 극우 정당 인기 상승

 

FPO는 2차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56년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SS) 출신 안톤 라인탈러에 의해 창당됐다. 이민에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는 등 극우 색채가 뚜렷하다. 장차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큰 키클 대표는 과거 “오스트리아를 게르만족의 요새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외 정책의 기조는 친(親)러시아 성향에 가깝다. FPO가 주도하는 연정이 출범하는 경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서 오스트리아가 빠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독일이 오스트리아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한 나라였다는 점도 있으나, 오스트리아의 극우 열풍이 독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오는 2월23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숄츠 총리의 SPD는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물론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한테도 뒤져 3위를 달리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당 자유당(FPO)을 이끄는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 자유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가 출범하면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AfD를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숄츠 총리를 “무능한 바보”라고 폄훼하면서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독일 유력 일간지에 AfD를 지지하는 내용의 기고문까지 실었다. 머스크는 미국 대선을 거치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으며,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라는 기구의 수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런 머스크의 언행은 독일 유권자들의 선택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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