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가 우리를 도청했다”…애플 “합의금 1400억원 내지만 도청은 아냐”

애플의 아이폰 등에 탑재된 ‘시리(Siri)’가 사용자의 사적 대화를 엿듣고 이를 광고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플은 9500만달러(약 139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면서도 개인정보 제공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애플 로고. 픽사베이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사용자들은 “음성을 통해 시리를 불러내지 않았지만, 시리가 몰래 활성화되어 대화를 엿듣고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 중 일부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나이키 운동화 ‘에어 조던’에 대해 대화한 후 ‘에어 조던’에 관한 광고가 떴으며, 또 다른 사용자는 자신과 의사가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해당 수술과 관련된 광고가 떴다는 것이다.

애플은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 9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취급해 마케팅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애플은 8일(현지시각) 이와 관련된 입장문을 내고 “시리는 처음부터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며 “데이터는 마케팅 프로필에 사용된 적 없고, 누구에게도 판매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의금 지급은 최근 10년 이내 미국 영토 내에서 애플 기기를 구입하고 소유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 기기당 20달러, 인당 최대 5대에 한해 적용된다. 하지만 합의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기에서 시리가 동의 없이 활성화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