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상처/ 김현수·신샘이·이용석/ 클라우드나인/ 2만원
‘기후 변화’는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먼 얘기로 들린다. 북극곰과 펭귄의 생태 환경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일부 도시 수몰 위기 등은 먼 나라, 다른 생물에만 한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신간 ‘기후 상처’는 기후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기후 위기가 모든 사람의 코앞에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일단 날씨는 단순히 환경 요소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가령 비 오는 날이면 감상적이 되거나 우울감을 느끼는가 하면, 햇빛을 쐬면 세로토닌 분비 촉진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지난여름 전 세계는 폭염과 폭우, 가뭄, 산불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목도했다. 이런 극단적 날씨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충동성을 높인다. 기온이 높아지면 불쾌지수를 높여 인간의 공격성을 자극, 자살률과 폭력적 행동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잘 알려졌다. 장마철의 지속적인 비는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대기오염, 황사, 미세먼지 등도 우울감과 자살률 증가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상 기후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생활 패턴이 붕괴하는 것도 심리적 안정감에 영향을 끼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증, 우울증 등으로 연결된다. 재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를 간접적으로 본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기후 변화는 정신건강 외에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식중독, 장염,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병 증가로 이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저자는 이를 ‘지구 감정’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자연 및 지구와 정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시간이 제한되었다는 사실은 인류에 ‘생태적 불안’을 유발하고, 자연과 단절된 경험은 ‘생태 슬픔’을, 기후 위기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생태적 분노’를, 인간이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마음은 ‘생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감정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회피와 분열로 나타날 수도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일부의 무관심이 알고 보면 무력감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기후 위기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정신적 외상을 겪을 수 있으며, 결국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연결의 회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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