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스폰서 검사 등 제3자 추천
적용 때마다 갑론을박으로 시끌
법조계 일각선 “변협이 주체 돼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선회로 ‘제3자’, 즉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특검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역대 특검 사례를 보면 대법원장 추천에 의한 전례가 많지는 않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특검, 나아가 재판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확인한 결과, 1999년 특검 제도가 도입된 이래 14번의 특검 중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출범한 특검은 4번 있었다.
2005년 최종영 제13대 대법원장이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 의혹’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한 게 첫 사례다. 당시 대법원은 “국회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추천했다”면서도 “향후 유사한 사례의 선례로 작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임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6년간 재임 중 특검 후보를 두 차례 추천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 특검과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 때였다.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 특검 후보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장이 2명씩 추천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특검은 변협이나 야당, 국회 추천으로 이뤄졌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권분립이나 재판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진 않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권이 공론화됐을 당시에도 나왔던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과 철저히 분리돼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 법률 전문가 단체인 변협이 제삼자 추천 주체로 바람직하다”면서 “(관련자들이 추후 기소돼)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의 입장에서 볼 때,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이 공소 유지를 맡아 한 당사자로서 형사소송을 진행하면 재판 공정성에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의 공정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가져가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진 않는다”면서도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텐데,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이 수사해 법원 판단을 받게 되는 구조는 특검의 독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수사, 공소 제기·유지 활동은 행정부의 일로,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며 “야당들이 여당과 합의하면 일반적으로 행정부가 동의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재발의된 특검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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