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현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이달 23일 임시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진 교체를 꾀하고 있는 MBK·영풍 측의 최대 변수로 꼽혀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반대를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새로 선임되는 이사 수가 10명이라면 10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특정 후보에 몰아줄 수도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 참여하는 MBK·영풍 측 지분율은 40.97%로 최 회장 측을 6~7%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MBK·영풍의 이사진 교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ISS는 집중토표제 도입에 대해 “일반적으로 소수 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반대하는 주주가 원하는 변경 사항의 영향을 희석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 수를 19명 상한으로 설정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는 찬성했다. ISS는 “이사 수 상한이 이사회 변화를 막는 것이라는 MBK·영풍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ISS는 현재 12명의 고려아연 이사회에 더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MBK·영풍 측 후보 4명의 선임안에만 찬성 의견을 냈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에는 전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MBK·영풍 측 이사 4명이 포함된 16명의 이사회가 현 이사회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새로운 시각과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SS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집중투표제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지만 이는 할인된 주식발행(유상증자)에 대한 실수 이후 불만을 품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사후조치로 보인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MBK·영풍 측 캠페인에 대한 고려아연 이사회의 대응을 보면 회사가 거버넌스와 자본배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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