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초청받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취임식에 불참하는 대신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시 주석 대신 고위 관리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에 알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 측은 오는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다른 나라 국가원수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통해 집권 1기 당시 진행했던 시 주석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가 참석해 왔다.
이에 시 주석은 특사를 파견하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화답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시 주석으로서는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는 위험을 감수하기에 트럼프는 지나치게 예측불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라면서 “상당한 위상의 특사를 파견해 트럼프와 내각 구성원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시 주석은 (직접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빈손으로 귀국하거나 공개적으로 난처해질 위험 없이도 트럼프 행정부와 좋게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파견되는 시 주석의 특사는 트럼프 인수팀과 회동할 것이며, 의례적인 측면을 넘어 실질적 논의를 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FT는 시 주석의 고위급 특사 파견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양국 간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라고 짚었다. 중국은 집권 1기 때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미중 무역 긴장 고조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 알력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시 주석이 파견할 특사가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파견할 고위 특사 후보로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을 거론했다. 한 부주석은 시 주석을 대신해 공식 의례에 참석하는 등 외교·의전 부문에서 시 주석 보좌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외교장관)도 또 다른 선택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트럼프 고문은 한 부주석이나 왕 부장보다 서열이 더 높은 중국 공산당 ‘실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의 참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팀 내부 의견을 잘 아는 또 다른 인사는 시 주석이 파견하는 특사가 한 부주석이나 왕 부장일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불만족스러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순조롭게 시작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관리를 파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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