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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의 추억' 담긴 교외선 운행 20년만에 재개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도 서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망인 교외선이 2024년부터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운행 재개를 위한 시설 개·보수 비용 약 500억원은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운영비는 연간 53억원 선으로 노선을 경유하는 고양시·양주시·의정부시 등 3개 지자체에서 분담할 예정이다. 1963년 개통한 교외선은 고양 능곡에서 양주 일영역·장흥역·송추역을 거쳐 의정부까지 31.8㎞를 연결하는 일반철도다. 그러나 이용객이 줄어 적자를 이유로 2004년 일반 운행이 중단됐다. 사진은 교외선 대정역 인근 건널목의 모습. 2020.12.8 andphotodo@yna.co.kr/2020-12-08 10:21:48/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말 하루 3번 정차하는 양주 장흥역은 젊은 연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가 MT(수련모임) 철이면 역 광장에선 학생들이 목놓아 부르는 응원가가 쩌렁쩌렁했고, 밤이면 모닥불이 민박촌을 한낮처럼 밝혔었다. 직장인들도 단합대회 명목으로 즐겨 찾았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다닌 중장년이라면 인근 송추와 일영까지 계곡 유원지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법하다. 또 눈 내리는 날 데이트를 앞두고 교외선 출발지인 서울 신촌역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추억도 떠오를 듯하다.

 

민박촌을 따라 카페촌도 자연스레 들어섰고, 당시 어수선한 시국에 흔들리던 청춘의 도피처이기도 했다. 80년대 중반쯤부터 ‘마이카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열차 여행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장흥·일영·송추도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는 ‘러브호텔촌’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장흥·일영·송추를 연결했던 교외선 여객열차는 쌓여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04년 4월 운행이 중단됐다. 인파로 북적였던 장흥 수목원이나 미술관은 평일이면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장흥의 데이트 명소를 검색해보면 이젠 스타벅스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

 

교외선이 21년 만인 11일 오전 6시부터 운행을 재개한다. 무궁화호 열차가 대곡역, 원릉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 의정부역 등 6개 역(30.5㎞)을 하루 왕복 8회 운행하는데, 경기 고양 대곡에서 의정부까지 50분가량 걸린다고 한다. 교외선에 투입될 무궁화호 열차는 내부 시설과 외장을 ‘레트로’ 콘셉트로 꾸몄고, 새로 리모델링한 일영역에는 기차 여행의 향수를 되살릴 수 있는 박물관을 조성했다. 과거 인파가 넘쳐났던 송추·장흥역은 무인 역사로 바뀌었다고 하니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25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설 연휴는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7일을 더해 엿새나 이어진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교외선에 몸을 싣고 추억에 빠져보면 어떨까. 마침 교외선은 재개통을 기념해 31일까지 전 구간 운임을 1000원으로 낮췄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는 날 흰 눈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순백의 세상에선 아득한 추억도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다가올 테니까.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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