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지적 중증 장애라고는 안해서…” 해명에
학부모 반박 “장애 등록 사실 분명하게 말했지만
학교에선 자리 위치 조정밖에 못 해준다고 했고
‘원격수업’ 요청도 거절…피해 아동 ‘장기 결석’”
가해 학생들은 ‘촉법소년’…법원 소년부 송치 상태
강원 춘천시 한 중학교가 교내에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벌어진 집단 학교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가운데 피해 학부모가 학교 측의 해명을 반박하고 나섰다.
1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적 장애가 있는 A군은 지난해 춘천 한 중학교에 입학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급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폭언·폭행은 성추행까지 이어졌다.
A군은 가해 학생들을 뿌리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지금 들어오지 않으면 목 졸라 죽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지속적인 협박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또 “어차피 맞을 텐데 도망가면 더 맞을까봐 도망가지 못했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A군 부모는 “괴롭힘에 시달리던 자녀가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의 미온적 대처에 두려움을 느낀 A군은 결국 2학기부터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해야했다.
A군 부모와 느린 학습자 인권보호시민연대 등은 이달 6일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교육당국 “피해 학생, 교장실 찾아온 바 없어”
논란이 일자 해당 학교는 입장문을 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는 지난해 학기 초 자녀가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담임교사와 상담사에게 알렸다”며 “그러나 피해 학생이 지적 중증 장애를 가졌다는 정보는 학교에 제공하지 않았고, 학교는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한참이 지난 지난해 12월 31일에야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이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야기와 관련해선 “피해 학생은 교장실을 찾아 온 적이 없다”며 “피해 학생은 (담임교사와 교장이 아닌) 상담사에게 피해를 호소했고 이 사실을 인지한 상담사가 담임교사에게 알려 학교폭력으로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학교폭력을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가 가해 학생들과는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했으나 당시에는 분리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에 따라 학교는 전담기구 회의를 열고 피해 학생 일시보호를 결정하고 그 기간 출석 인정과 결석처리, 학습방법에 대해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담임교사를 통해 지속해서 과제와 수업 자료 등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를 확인해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입력했다”고 덧붙였다.
◆피해 학부모 “학교 해명은 모두 거짓” 분통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 측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군 부모는 “자녀가 중학교 입학 전 특수교사를 찾아가 장애 등록 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말했다”며 “지난해 초부터 같은 반 동급생이 자녀에게 ‘장애인 병신’이라고 말하는 등 학교폭력이 있었고, 모든 학생들이 A군의 장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학교가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녀가 담임교사와 교장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한 시기는 학교폭력 신고 접수 전이었고 그 이후에 상담사를 찾아갔다”며 “교장실에 찾아 간 적이 없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들은 자녀는 ‘선생님도 거짓말을 하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안타까워했다.
A군 부모는 학교폭력이 수면 위로 들어난 이후 학교 측의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학년 부장교사는 지난해 8월 26일 ‘가해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반도 바꿔줄 수 없다. 자리배치를 멀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며 ”가해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어야 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게 됐고, 원격수업이라도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담임교사는 ‘원격 수업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담임교사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12월 1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그 이후에 연락이 와서는 생기부 특기사항에 ‘장기결석으로 인해 활동 내용이 없음’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 소년부 송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최근 학교폭력을 주도한 1명을 전학 처분했다. 성추행에 가담한 다른 학생 2명에게는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와 학급교체 처분을 내렸다.
강원경찰은 이달 6일 가해 학생들을 춘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이들은 특수강제추행, 공동폭행, 협박 혐의를 받는다.
가해 학생들은 만14세 미만 형사상 미성년자인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학교가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했다.
A군 부모는 “가해자로 지목된 8명 가운데 1명만 강제전학 조치되고 나머지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자녀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아직도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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