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수용할지 여부 불투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사실상 고별 통화를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3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들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며 대(對)러시아 항전을 독려해왔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젤렌스키와 전화로 현재의 전황, 향후 우크라이나군의 전략 등을 논의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꼭 10일 앞둔 시점이다.
바이든은 통화에서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십만 발의 포탄, 수천 발의 로켓, 수백 대의 장갑차 등을 제공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 2022년 2월부터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시행 중인 경제 제재가 러시아에 입힌 타격을 소개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바이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은 러시아에게 재앙이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미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시작했을 때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거의 3년이 지난 지금도 키이우는 여전히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북유럽 스웨덴과 핀란드는 기존의 군사적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이로써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 동맹인 나토는 회원국이 32개국으로 늘었다. 바이든은 “러시아는 나토를 무너뜨리고 싶어했다”며 “하지만 그 대신 나토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력하며 단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은 “정의와 평화,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물러난 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제공은 지속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이든의 권유를 그대로 따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취임 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을 줄이는 한편 푸틴과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푸틴은 평화 협상의 조건과 관련해 “전쟁 개시 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두 가지 모두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굴욕적인 내용이다. 자연히 현 상황에서 트럼프가 평화 협상 개시를 밀어붙인다면 결국 러시아에만 유리하고 우크라이나한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지난 9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긴급 회동을 갖고 트럼프 2시 행정부 출범 이후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은 “언제가 됐든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그 시점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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