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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에 파리 올림픽 성화 봉송한 레지스탕스 용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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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1 11:30:00 수정 : 2025-01-11 11: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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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 강제수용소에 2년 수감도
전후 프랑스 대표 조정 선수로 활약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100세를 넘긴 나이에 성화 봉송 주자로 뛰었던 프랑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가 올림픽 이후 6개월 만에 별세했다. 그는 전후 조정 선수로서 프랑스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경력도 있다.

지난 2024년 7월 102세의 전직 프랑스 국가 대표팀 조정 선수 로제 르브랑슈(1922∼2025)가 파리 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프랑스 조정 연맹 홈페이지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2차대전 참전용사인 로제 르브랑슈 전 프랑스 올림픽 대표팀 조정 선수가 이날 10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 남자 선수로서 생존해 있는 이들 가운데 최고령자였다.

 

르브랑슈는 1922년 7월 파리 북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 뇌이쉬르센에서 태어났다. 2차대전 초반이던 1940년 6월 프랑스는 나치 독일에 항복하고 그 점령 통치 하에 들어갔다. 르브랑슈는 독일군을 위한 강제 노역에 동원되는 것을 피해 남동부로 탈출한 뒤 그곳에서 활동하던 항독 레지스탕스(저항군)에 합류했다. 1943년 독일 경찰에 체포된 그는 독일 바이마르 교외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 부헨발트 수용소에는 유대인은 물론 정치범, 미군과 영국군 등 연합군 포로들도 갇혀 있었다.

 

독일이 2차대전에서 패망하기 직전인 1945년 4월 미군이 부헨발트 수용소를 접수했다. 2년간 수감 생활을 한 르브랑슈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후 르브랑슈는 조정 선수가 되어 1946년과 1947년 잇따라 프랑스 챔피언에 올랐다. 그 덕분에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 1948년 런던 올림픽 조정 종목에 프랑스 국가 대표팀 선수로 출전했다. 비록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르브랑슈는 프랑스의 스포츠 영웅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조정 연맹은 그가 79세까지도 노를 저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는 1924년 이후 꼭 100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다. 100세를 넘긴 고령이었으나 비교적 건강했던 르브랑슈는 성화 봉송 주자로 선발됐다. 2차대전 참전용사이자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운동 선수 출신이란 상징성 때문이었다. 르브랑슈는 올림픽 성화가 노르망디의 대표적 유적지인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몽생미셸 구간을 통과할 때 그 봉송을 맡기로 했다. AP는 “고인은 성화 봉송 임무 완수를 위해 손자의 도움으로 매일 성화 무게와 맞먹는 1.5L 물병을 들고 연습했다”고 전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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