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환 80여 개도 그대로 방치
일부 시민단체들 문제의식 제기
“일회용품 지양·피켓 재사용해야”
개최자 직접 처리 비용 납부 등
“제도적 해결책 필요성” 목소리도
16일 오전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이곳을 지키던 탄핵 찬반 단체가 거리를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쓰레기가 하루가 지난 뒤에도 방치돼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탄핵 촉구 단체들의 집회가 연일 이어진 루터교회와 신동빌딩 앞에는 집회에 쓰인 피켓과 방석, 핫팩, 일회용컵 등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쟁적으로 세워둔 대형 화환은 방치된 채 남아 있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앞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A(59)씨는 지저분한 거리를 보더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평일엔 70ℓ 쓰레기봉투 4∼5개를 비우는데 집회 기간엔 하루 8∼9개까지 늘었다”며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70ℓ보다 더 큰 투명 비닐봉지 48개를 처리했다”고 했다. 이어 “라면 찌꺼기와 음료수, 핫팩, 태극기 깃발 등이 뒤섞여 분리수거도 못 했다”며 “근처 역사에서 3~4명씩 지원이 나올 정도로 업무량이 평소의 2배는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규모 집회가 있던 이달 2~7일 사이 용산구의 쓰레기 수거량이 일평균 593t에서 601t으로 8t가량 늘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15일까지도 한남동 일대에서 집회 관련 쓰레기는 일평균 8t 늘었다”고 했다.
탄핵 찬반 단체가 사용한 피켓은 대부분 소각·매립 처리해야 한다. 코팅된 피켓의 특성상 재활용이 어렵고 분리배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남동 일대에 빼곡하게 들어선 화환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비분해성 물질로 만들어져 처리가 어렵다.
집회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단체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선언하고 참가자들에게 개인용 텀블러나 재사용컵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집회 후 버릴 피켓을 수거해 다음 집회 때 재활용하는 ‘피꾸존’(나만의 다회용 피켓 꾸미기 존)을 운영했다.
민선영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시민참여팀 공동팀장은 “피켓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제기됐다”며 “피켓을 재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꾸존은 11일 처음으로 부스를 열었고, 시민들이 오가며 피켓을 반납하거나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대기보다는 제도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집회 주최 측은 쓰레기 처리에 대한 책임이나 비용 부담을 떠안지 않은 채 모든 처리를 지자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행사 개최자가 쓰레기 처리 비용을 내거나 집회 신고 때 쓰레기 감축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집회 측에서 참여자에게 피켓을 만들어오라는 등의 가이드를 주고 시민사회 전체가 친환경적인 시위문화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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