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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AI 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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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3 23:41:27 수정 : 2025-01-23 23: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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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는 하나의 영웅을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던 관행을 깨고 영웅을 한데 모은 첫 작품이다. 영화를 만든 마블 스튜디오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영웅의 개별 서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확립했다. 영화 속에서 조연은 없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관객은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에 열광했고 그 덕에 영화는 당대 블록버스터 가운데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마블 영화 중에서도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존 히어로물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모습을 그려왔다면, 이 영화는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척점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자리한다. 자유와 신념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는 히어로의 역할이 정부 통제를 받는 순간,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현실주의와 책임감으로 뭉쳐진 아이언맨은 히어로들이 규제받아야 마땅하다고 확신한다. 영화 말미에 이들이 벌이는 결투 장면은 책임과 자유, 신념과 희생의 충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오픈 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합작 벤처인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했다. 오픈 AI는 5000억달러(약 720조원)가 투자되는 이 스타게이트의 운영 책임을 맡았다. 사실상 스타게이트의 밑그림을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그린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올트먼은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꿰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는 법적 다툼에 비방전을 벌인 정도로 앙숙 관계다.

챗GPT로 전 세계 대중에 깜짝 등장했지만 샘 올트먼 CEO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그가 쓴 ‘스타트업 플레이 북’을 보면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대중과 소통에 나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론 머스크는 계획된 연출과 실수의 경계가 모호한 기업가다. 물론 이러한 예측 불가능함과 논란이 광적인 팬덤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과 닮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들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손을 잡으려면 강력한 외부의 적과 이에 맞설 동기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용인술이 주목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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