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발병 위험 높이는 ‘아질산나트륨’ 포함
물에 데치거나 삶아 조리…채소와 함께 먹어야
직장인 김모(44)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김 씨는 40세 이전까지는 건강 체중을 유지했으나, 최근 몇 년간 운동 부족과 과식으로 인해 복부 비만이 나타났다. 의사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개선을 권장했다. 그는 식단을 조절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빠르게 걷는 운동을 병행한 결과, 6개월 만에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대장암 예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개선된 것 같다"고 전했다.
대장암은 갑상선암에 이어 한국인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이를 예방하려면 성별과 연령에 따른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남성은 40세 이전에 비만 체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40세 이상 비만 여성은 체중 감량을 통해 대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24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정 교수와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박선자·김재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4~2006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1033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후 추가 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20% 이상 증가한 남성 그룹의 대장암 발생률은 BMI가 5% 미만으로 소폭 증가한 그룹에 비해 27% 높았다. BMI가 520% 증가한 남성 그룹에서도 대장암 발생률이 7% 상승했다.
BMI와 대장암 발생 간의 연관성은 특히 젊은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BMI가 20% 이상 증가한 40세 미만 남성 그룹은 대장암 발생 위험이 무려 65%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BMI 증가와 대장암 발생률 간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덜 관찰됐다. 연구팀은 10년 후 BMI가 20% 이상 감소한 40대 여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이 33% 감소한 점을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대장암 발생에 비만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효과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며 “남성은 40세 미만에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체중 증가를 피하고, 정상 체중을 넘어선 40세 이상 여성은 체중 감량이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BMI가 18.5 미만인 경우에는 체중 감소가 오히려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만과 대장암 발생 위험의 연관성은 국제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이란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인 6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MI가 25~27.5인 그룹은 BMI가 정상(23∼25)인 그룹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9% 높았다. BMI가 27.5~30인 그룹에서는 위험이 19% 상승했고, BMI 30 이상인 고도 비만 그룹에서는 32% 증가했다.
설 명절은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누며 덕담을 주고받는 특별한 날이다. 암 진단 경험이 있거나 치료 중인 환자라면 영양가 높은 건강식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 환자에게는 전통 한국식 식단 위주의 섭취가 권장된다. 지방 함량이 높은 육류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중심의 식단이 대장 내 독성 물질 생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전통 한국식 식단이 대장암 위험을 65% 낮춘다는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도 있다.
육류를 섭취할 경우에는 기름기가 적은 것을 선택하고, 해조류(김·다시마·미역)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명절 선물로 자주 등장하는 가공육(스팸)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아질산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공육을 섭취할 경우 물에 데치거나 삶아서 조리하고,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안전하다.
대장암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암으로, 연령과 성별에 따라 체중 관리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젊은 남성은 체중 증가를 피하고, 40세 이상 여성은 체중 감량을 통해 대장암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음식을 즐길 때도 건강을 고려한 선택이 중요하다”며 “전통 한국식 식단과 적절한 조리법을 통해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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