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물량 소진 이후에야 매매 시세 다시 반등 가능할 듯”
전국 아파트 매맷값이 10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과거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거래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 같은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며, 기존 물량 소진 이후에야 매맷값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0주 연속 하락했다. 수도권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특히 인천은 낙폭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연수구와 남동구는 각각 -0.08%, -0.13%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실제 송도 지역에서는 매맷값이 수억 원 하락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연수구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는 2022년 2월 최고가인 12억 45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에는 6억 500만 원 및 5억 9500만 원에 거래되며 3년 만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다른 단지인 '송도오션파크베르디움'에서도 전용면적 75㎡가 2022년 3월 9억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 같은 면적이 5억 9500만 원에 팔리며 약 34%(3억 500만 원) 하락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인천은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연수구에 몰려 있다"며 "내년까지도 추가 공급 계획이 있어 물량 소화 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GTX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 수요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공급 과잉 문제까지 겹쳐 연수구를 포함한 인천 아파트 가격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매맷값 하락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약 5만 가구를 넘어서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지방 미분양 물량이 쉽게 줄지 않아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입주 물량 감소가 일부 가격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경기도 입주 물량은 평년 대비 약 4만 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 랩장은 "하반기에는 시장 개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망세를 더욱 짙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기준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금리 동결은 관망세를 확신하는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하락할 경우 관망하던 참여자들이 거래를 시작하며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정책적으로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서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여부가 정치적·경제적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