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달 6일까지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자마자 신속하게 후속조치에 나선 셈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 한번 하지 못한 채 1차 구속기한을 닷새나 앞두고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헌법재판소 변론 이후 윤 대통령의 병원행을 알고도 구치소를 찾아 강제구인 ‘시늉’을 하기도 했다. 수사 역량도 전략도 없는 낙제점을 받았다. 기소권조차 없는 공수처로서는 더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왔다. 공수처와 달리 검찰 특수본은 그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여명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도 공수처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신속·공정한 검찰 수사가 필요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난 23일 헌재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과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마치 입을 맞춘 것 처럼 같은 주장만 되풀이했다. “(출동 당시) 국회에서 의원들을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의원’이 아닌 ‘요원’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비상입법기구 설립과 국회자금 차단 등을 적은 이른바 ‘최상목 쪽지’도 대통령이 아닌 독단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부총리까지 무시한 하극상이라는 점에서 믿기 힘들다. 심지어 기존 검찰의 공소사실조차 부인하면서 시종일관 윤 대통령을 감쌌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로 헌정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촉박한 시일을 고려해 설 연휴까지 반납하며 서울구치소 방문조사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역대 구속됐던 대통령들의 수사 전례와 현직 대통령 경호, 집회 등 안전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떳떳하게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공수처 체포부터 구속까지 일련의 과정을 불법으로 규정해온 윤 대통령은 또다시 조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계속되는 수사 불응이 향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이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걸 핑계로 ‘법꾸라지’ 행태로 일관하는 건 비상계엄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게 윤 대통령이다. 검찰 수사까지 거부하면 도대체 누구한테 수사를 받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수사에 당당히 맞서겠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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