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민 앞세운 제주항공…과징금 안 내려 ‘전관예우’ 이용했나 [제주항공②]

행정심판위 위원장 맡았던 이상민 전 장관
AK홀딩스 사외이사로 제주항공 사건 수임
3건 중 2건 인용, 1건은 일부인용…인용률 100%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이 과거 반입 금지 품목 이송 등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과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전관예우’까지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세계일보가 26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항공사별 과징금 취소 청구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항공사 4곳(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티웨이항공)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건수는 총 14건이다. 티웨이항공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항공 3건, 대한항공 3건, 아시아나 2건이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

그러나 실제 취소가 받아들여진 인용률을 보면 제주항공이 100%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3곳 항공사 평균 인용률 25%였다. 

제주항공은 3건 가운데 2건이 인용됐고 1건은 일부 인용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3건 중 1건, 티웨이항공 6건 중 1건(진행 중 3건)만 인용됐고, 아시아나항공은 2건 모두 기각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제주항공 측이 제기한 과징금 취소청구 사례는 △리튬배터리를 싣고 가다가 적발되거나 △자동비행조종장치 결함시 대응 미숙을 보인 경우 △브레이크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을 때 부적절한 조치를 취한 경우 3건으로 모두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리튬배터리 사건의 경우 행정심판을 통해 과징금이 9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줄었는데, 제주항공 측이 이마저도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간 사례다. 그 결과 과징금 대신 인천~홍콩 노선 20일 운항정지를 받았다. 당시 코로나19로 중국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던 제주항공으로서는 최선의 결과를 받아낸 셈이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

자동비행조종장치 사건도 행정심판 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6억6000만원의 과징금이 3억3000만원으로 절반 깎였다.

브레이크 미작동 사건도 당초 6억원에서 인천~청도 노선 7일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이 역시 코로나19로 이미 운항 중지 상태라 제주항공 측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

이들 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람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제주항공 모회사인 AK홀딩스 사외이사(2018년 3월∼2022년 4월)로 일하면서 자회사 사건을 수임했다.  

문제는 이 전 장관이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제주항공이 전관예우를 염두에 두고 이 전 장관을 변호인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 전 장관은 해당 사건이 종결되기 전인 2021년 10월 사임하긴 했지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위원회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검사 출신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통 사건을 맡으면 맡자마자 (위원회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미 누가 수임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 전 장관의 사례에도 충분히 (전관예우를)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생명과 직결된 안전문제임에도 경영환경을 감안하여 봐주기식 행정제재로는 그 어떠한 실효도 거둘 수 없다”며 “더욱이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에는 무관용의 원칙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해당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에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제주항공 측도 “관련해선 답변할 게 없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