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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폭설·한파 초비상… 민·관 힘 합쳐 눈피해 막는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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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7 08:55:23 수정 : 2025-01-27 08: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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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폭설사고 예방 ‘안간힘’

지역따라 제설제·장비 수준 천차만별
27일부터 수도권 등 최대 25㎝ 폭설
최근 10년간 대설 피해액 1007억원
재정 부담에 제설제·장비 구입 난항
강원도 5만대… 대구시 820대 ‘대조’

주민참여로 돌파구 꾀하는 지자체들
고창, 제설 참여 30만∼40만원 지원
서초, 구간 책임제 도입 다양한 혜택
용인시, 손수레 제설기 자체 개발 등
효율성 위한 첨단기술 도입도 ‘활발’

올해 설 연휴는 엿새간 이어지지만, 한파와 폭설이 예고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들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다. 폭설과 도로 결빙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 증가가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간한 ‘2023 재해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설로 인한 피해는 약 1007억원, 복구비용은 641억원이 소요됐다. 한파로도 2023년에만 99억원의 재산 피해와 사망·실종 2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기록적인 폭설을 교훈 삼아 건축·설계 기준 개선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비축하고 열선 및 자동염수 분사장치 같은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민관 협력을 강화하거나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설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 임실군이 대형 제설차량을 이용해 간선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임실군 제공

◆기후·지형 차이로 제설제·장비 ‘천차만별’

 

설 연휴에도 폭설이 내릴 전망이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새벽부터 인천, 경기북·서부, 강원, 충남서해안, 전라권서부, 전남남해안, 경북북부내륙, 경남서부내륙, 제주도에 이어 전국에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7∼28일 예상 적설량은 수도권·서해5도의 경우 10∼20㎝로 전망됐다. 경기남부·북동부 등 많은 곳에는 25㎝ 이상, 강원내륙·산지는 10∼20㎝, 충청권은 5∼15㎝, 전라권 1∼20㎝, 경상권 1∼10㎝, 제주 1∼20㎝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는 제설 작업을 할 때 차량으로 눈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거나 염화칼슘, 소금, 모래 등 제설제를 살포하는 방식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제설 장비와 제설제 구입을 대거 늘리기도 어렵다. 1년 중 겨울철에만 활용하고 보관·관리도 쉽지 않은 데다 지역별로 강설 편차가 크고, 눈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기후와 지형적 특성에 따라 제설 방식, 장비, 제설제 활용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강설이 잦은 강원·전북 등 지역은 많은 장비와 제설제를 비축하고, 상대적으로 눈이 적게 내리는 경상 지역은 최소한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된다.

강설이 빈번한 강원도는 4만9000여대의 제설 장비와 예상 소요량 12만8000t 중 9만1000t의 염화칼슘을 비축했다. 민관 인력도 3만6200명을 꾸려 강설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대구는 겨울철 강설량이 적어 제설 장비 820대, 제설제 3999t, 제설 인력 600명을 준비하는 데 그쳤다.

 

최근 폭설로 전북 정읍시는 이달 초 나흘간 27.8㎝의 눈이 내리자 제설제 2800t을 사용했다. 이는 부산시 동절기 비축량(1240t)의 두 배를 넘어선다. 전북에서는 최근 5년간 눈길·블랙아이스 사고로 32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565명이 부상당했다. 이달 초에는 군산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해 출근길 통근버스가 미끄러져 22명이 병원에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북 군산시 공무원들이 대설특보 속 폭설이 내린 이달 10일 고가도로 인도에서 삽을 이용해 눈을 치우고 있다. 군산시 제공

◆조례 ‘유명무실’… 민관 협력으로 한계 극복

 

행안부는 2022년 겨울 폭설로 인해 발생한 대란을 교훈 삼아 제설 대책을 세분화했다. 제설 작업을 강설 시점별로 나눠 사전, 강설 중, 강설 이후로 구분하고 제설 범위를 주요 도로에서 인도와 이면도로까지 확대했다. 또한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건축물 관리 책임자에게 주변 보도, 이면도로, 지붕 등에 대한 제설 책임을 부여했다. 전국 지자체들도 10여년 전부터 골목길이나 상가 등 제설 작업에 시민 참여를 적시한 조례를 앞다퉈 제정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설 조례의 실효성은 낮은 편이다. 전북 전주시는 2007년부터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오히려 내 집 앞 눈을 치우지 않는다는 민원이 증가해 조례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공동체 의식으로 제설에 동참하는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 고창군이 선도적이다. 이달 6∼9일 25㎝의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은 농가에 보유 중인 트랙터 241대와 덤프트럭 6대를 끌고 나와 도로 327㎞ 구간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웠다. 고창군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주민이 트랙터를 이용해 제설 작업에 동참한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매년 참여 인원이 늘었다”며 “최근에는 트랙터 장착용 제설 도구를 대여하고,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 기간 동안 참여 주민에게 30만∼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강원·충청도는 제설 등 자연재해 시 상호지원하는 응원체계를 구축했다. 전주 등 전북 14개 시·군은 운전자 등 주민이 손쉽게 활용하도록 홈페이지에서 제설함 위치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자율적인 시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제설지원단 구간 책임제’를 도입했다. 참여자들에게는 주민자치회 강좌 우선 신청, 민방위 교육 면제, 거주자 우선주차 신청 시 가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경기 김포시는 자율방재단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제설봉사반을 운영하며, 인력과 장비 지원을 통해 제설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 양평군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장비 수리비와 단체보험 가입비를 지원하며, 충북 진천군은 마을 제설반과 민간단체를 활용해 지역별 제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심덕섭 전북 고창군수가 지난해 11월 폭설이 내리자 새로 도입한 인도용 제설기를 시연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손수레제설기부터 자동살포기까지 다양화

 

제설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장비와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제설 송풍기와 제설 브러시를 사용해 빠르고 효과적인 눈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대문구는 보행로 제설에 적합한 폭 80㎝ 크기의 제설제 살포 장치를 자체 개발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고창군은 고령자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인도형 전동 제설기’를 도입했고, 경기 용인시는 손수레형 제설기를 개발해 골목길 제설에 활용하고 있다. 이 장비는 바퀴를 굴리며 제설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설계돼 노약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제설 장비도 주목받고 있다. 대전 대덕구는 자동염수분사장치를 도로 열섬 현상 완화와 비산먼지 저감에 활용하고 있다. 전주시는 주요 도로에 열선을 설치해 시민 안전을 높이고 있으며, 울산 울주군은 원격 조정이 가능한 스마트 염수살포장치를 영남알프스 지역에 시범 도입했다. 이러한 첨단 장비들은 작업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염화칼슘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제설제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광주, 전남, 전북 등은 굴 껍데기와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는 공모 사업을 통해 이와 같은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용인=김동욱·오상도 기자, 박진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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