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장 변화” “포퓰리즘” 엇갈려
李 “2월 모수개혁 입법”… 이슈 선점 시동
野 잠룡들 ‘李 일극체제’ 반기 존재감 부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3수 도전’을 앞두고 또다시 ‘기본소득 딜레마’에 빠지게 될까. 당 강령에 ‘기본사회 건설’을 명시했던 그가 정작 조기 대선이 유력시되는 탄핵정국이 되자 분배 대신 성장을 강조하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이 대표의 발언이 과거와 온도차를 보여 장차 대선 후보로서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26일 이 대표의 경제정책 기조를 두고 ‘입장 변화’냐 ‘포퓰리즘’이냐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 대표의 지난 23일 기자회견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하며 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탈이념’과 ‘실용주의’도 언급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관련 이 대표의 입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기본소득을 강조했던 이 대표는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2021년 7월 “제1공약으로 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기본소득 재원 확보를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을 제시했다. 지난해 8월엔 ‘기본사회 건설’을 당 강령에 못 박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정부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어 여권으로부터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은 외교 분야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대선 때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했던 이 대표는 지난달 미 상공회의소 인사들과 만나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집회 참석에 이어 단식투쟁을 불사했는데, 최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만나선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애정이 매우 깊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그런 발언을 했다고 미국과 일본이 이 대표를 달리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정한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정책을 바꾸게 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니 유권자 설득이 안 된다. 실용주의가 아니라 ‘철학의 빈곤’이자 포퓰리즘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위한 입법을 2월 중 완료하라고 당에 지시하며 재차 이슈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맞선 야권 잠룡들은 이 대표 중심 ‘일극체제’에 반기를 들며 ‘몸풀기’에 나섰다. 임종석 전 문재인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당의 신뢰성을 거론하며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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