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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탄도 아닌 순항미사일 도발… 美 대화 의지 ‘떠보기’ 분석

입력 : 2025-01-26 17:49:59 수정 : 2025-01-26 22: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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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후 첫 미사일 발사

김정은 “전쟁억제수단 더욱 완비”
트럼프 러브콜 선 그은 듯하지만
김여정 아닌 외무성 명의로 담화
한·미훈련 비판… 전제조건 내건 듯
“북·미대화 앞서 기싸움 시작” 평가

북한이 26일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실과 대미 초강경 노선을 천명하는 담화를 동시에 발표한 것은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강 대치 국면을 조성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의지와 핵 협상 최종 목표치, 한·미 연합훈련 방침 등 대북 기조를 떠보려는 속셈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인 25일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에서 참관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이날 북한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해상(수중)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를 시험발사한 결과 성공했다고 밝혔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의 전쟁억제수단들은 더욱 철저히 완비돼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를 두고 “잠재적인 적수들에 대한 전략적 억제의 효과성을 제고해나가기 위한 국가방위력건설계획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당대회에서 탐지와 요격을 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 핵잠수함 등 첨단무기를 개발해 한·미·일 본토 타격 능력을 키우겠다는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으로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도발인 셈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대화 제안을 일단 일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고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사를 밝히며 ‘러브콜’을 보내왔는데, 김 위원장은 침묵을 지켜오다가 미사일 발사로 대답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이 이날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는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고강도 대응에는 핵 협상 시 반대급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한 후 대화 재개 여부와 시점을 조율하겠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게 아니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총국이 25일 해상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수직발사관에서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된 전략순항미사일이 저공비행으로 날아가 1500㎞ 밖의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트럼프 2기 첫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우선 미 본토 타격용 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순항미사일을 택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무기보다는 전략무기로 유용성은 크지만, 외면적으로는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이라고 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또한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아닌 외무성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점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외무성 담화에 지난 21∼24일 한·미 공군 쌍매훈련과 14∼16일 한·미 연합 대화력전연습, 15일 한·미·일 연합 공중 훈련이 구체적으로 열거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합훈련이 축소돼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향후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이 지속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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