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공수처법 입법 당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반대 의견을 밝혔던 금태섭 전 의원은 28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수처를 비롯해 형사·사법 절차 전반을 손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입법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법적 고려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한 것의 부작용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나 절차 등 관련법이 대단히 엉성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와 관련해서도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연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입법 당시) 인력은 어떻게 만들 건지, 절차는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이야기 했는데도 공수처가 정치적인 구호로 바뀌면서 일단 밀어붙이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 공수처는 강제 구인 시도를 3차례 실패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한 채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보완 수사를 위한 구속영장 연장을 법원에 신청했으나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에 넘긴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연장이 불허됐다. 결국 검찰은 제대로 된 조서조차 없는 상태에서 26일 조기에 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공수처법 미비로 이 같은 혼란이 빚어지자 일각에서는 공수처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었고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법안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말 공직선거법 개정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법안 군소 정당 4곳과 연합해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제도)으로 지정해 통과를 주도했다.
당시 보수진영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공수처법 통과에 앞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 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공수처법은 ‘설익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라며 토론과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당시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정치인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던 금 전 의원은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금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공수처의 12·3 비상계엄 수사와 관련해 여러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공수처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
“이것저것 다 떠나서 공수처라는 것이 전 세계에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렇게 사건 수사를 하다 보면 기관 간의 권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내란죄의 경우 어디서 수사를 해야 하느냐’하는 문제가 생기면 어떤 기관도 자신 있게 ‘우리가 수사권이 있다’ 혹은 ‘우리는 수사권이 없다’를 얘기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다가 만약 수사권 문제로 충돌이 생겼을 때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도 분명치 않다. 그러니까 내란죄는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혹은 공수처가 수사해야 된다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공수처와 관련된) 절차 자체도 대단히 엉성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연장 신청을 기각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공수처에서 구속해 검찰로 넘겼을 경우에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언제인지 등 이런 부분들이 시뮬레이션이 전혀 안 된 거다. 그리고 공수처가 검찰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기소권이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여러 가지가 입법 단계에서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던 게 지금 드러나고 있는 거다.”

—공수처법이 그처럼 여러 문제 요소를 갖고 있었음에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적 배경은 어떠했나.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절차를 정하는 것이므로 공수처의 인력은 어떻게 만들 건지 또 절차는 어떻게 할 건지 등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당시 공수처가 정치적인 구호로 바뀌면서 일단 밀어붙이는 분위기였다. ‘절차상 이런 문제가 있으므로 제대로 작동 안 할 거다’라는 문제 제기를 하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훈이다’ 혹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다’ 이런 답들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엉망이 된 거다. 법적인 고려가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공수처와 같은 기관은 세계적으로 없는 제도고 잘못하면 검찰의 중립성 또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안 먹혔다.”
—지금이라도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공수처법뿐 아니라, 어떤 특정한 사건에 대해 검찰에 복수하듯이 법 개정을 하면서 지금은 형사 사법 절차가 전부 엉망이 됐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범죄 종류별로 나눴는데 이렇게 나눠 놓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발견되는 관련 사건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지금 내란죄 같은 건 어디서 수사하나 이런 문제들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수처법만이 아니라 형사 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를 이제는 시작해야 된다.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라 관심을 못 받아서 그렇지 지금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도 엉망이고 고소·고발 사건들이 엄청나게 늦어지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다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공수처는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 보고 있듯 공수처는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예산을 썼는데 아무런 실적도 없고 왜 이 조직이 있어야만 하는지 존재 이유도 불분명하다.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만일 진짜로 법원에서 나중에 지금 공수처의 수사권을 문제 삼으면 지금까지 수사한 것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기관이 도대체 지금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되지 않나.”
—이번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졌지만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유사한 혼란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그런 문제가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거다. 세계 모든 수사기관이나 형사 사법 관련 기관은 수사기관 아니면 기소소추기관이다. 그런데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를 잘 몰라서 그냥 단순히 분리만 해 놓으면 되는 줄 알았던 거다.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가진 범죄가 있고 없는 범죄가 있어서 윤 대통령 수사도 내란죄로 공수처가 기소를 못 하지 않나. 공수처가 수사해 기소 기관인 검찰에다 넘기면 검찰은 그냥 기소만 하면 되는 건가, 그럼 뭘 갖고 기소하는 건가 하는 문제가 생긴 거다. 어째서 내란죄가 성립되겠다고 하는 건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 전 세계 수사기관과 기소소추기관은 분명한 관계를 가지고 협의 내지는 지휘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걸 딱 끊어놨다. 예를 들어 검찰 입장에서 ‘우리가 보기에는 이건 기소할 수 없는데’ 그런 경우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 윤 대통령 구속 기소 전에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검사장들을 불러 회의를 했는데 만일 그때 검찰에서 ‘공수처가 법 해석을 잘못한 거고 이건 기소하면 안 된다’고 판단해 무혐의를 해버렸다면 정말 애매해지는 거였다. 그런 관계나 여러 가지가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소한다고 쳐도, 그다음에 재판을 해야 되는데 그러면 수사하는 동안엔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던 검사가 공수처에 물어봐 가며 재판을 해야 하는 건지 이런 부분도 문제다. 공소권을 나눈다는 데에만 집착해 공수처를 만들었는데 어떤 범죄는 기소권이 있고 어떤 건 없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놨으니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거다. 검사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의적인 결정을 할지 모르니 조직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게 공수처의 기본 아이디어인데 그 자체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만일 공수처가 정치적 조직이 되면 이번엔 ‘공공수처’를 만들 건가.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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