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미국 주도의 AI 개발 판도를 흔들며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개발했다는 딥시크의 AI 모델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AI의 챗 GPT를 누르고 1위에 오르자 AI 관련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 주가가 하락하는 등 주요국 증시가 출렁거렸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탓에 자체 AI 모델에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을 사용했고 훈련 비용도 600만달러 이내였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는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AI 모델보다 앞섰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딥시크발 뉴스에 “미국의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이런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딥시크가 사전에 확보한 엔비디아의 고사양칩을 AI 모델에 활용했거나 실제 투입된 개발비가 공식 발표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 과정에서 자사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들은 시장에서 그 진위가 판가름나고 소비자에 의해 최종 승부가 날 것이다.
딥시크의 돌풍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빅테크 수준의 AI 프로젝트에 최소 5000만달러에서 많게는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딥시크는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물량 공세에 지레 위축됐던 국내 AI 기업들에는 희망의 메시지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언론 인터뷰에서 “더 많은 투자가 반드시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빅테크들이 모든 혁신을 독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 우리 기업들의 이정표가 있다.
딥시크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대학 출신의 젊은 공학도였다. AI 개발 경력도 일천했지만 새로운 발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한다. 중국의 수많은 젊은 공학도가 지금도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잠을 줄이고 있다. 수능 고득점자순으로 전국 의대가 채워지는 나라가 중국을 이길 수 있나. 정부와 국회도 각성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AI 인재 확보를 위해 정부는 대학의 AI 학과 정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고 국회는 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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