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게 마약음료 먹이고 집 턴 20대 女…징역 3년6개월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친구에게 마약 음료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고가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강도상해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6개월을 유지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9일 오후 11시쯤 동래구의 한 아파트 남자친구 B씨의 집에서 B씨에게 마약류 분말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B씨가 정신을 잃자 집에서 시계와 목걸이, 패딩 등 3309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4000만원 상당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약물을 사용한 점은 인정했지만, B씨에게 생활기능의 장애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해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씨는 적어도 3가지 이상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B씨에게 마시게 했다. 범행 이후 B씨가 깨어날 때까지 신체 기능 장애, 의식 저하 등의 상태를 겪은 것을 보면 상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형에 대해선 "A씨가 B씨와 합의되는 등의 유리한 정상이 있지만 강도상해가 유죄로 인정돼 정상참작 감형을 해도 법률상 최하한인 징역 3년6개월보다 더 감경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A씨는 여러 향정신성의약품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음료에 탄 뒤 자신을 신뢰하던 B씨에게 이를 마시게 하고, 3300만원 상당의 재물을 강취했다. 그 범행의 경위와 내용, 범행 방법 등을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하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한윤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