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등 중대형 평형 매력 더 감소할 가능성 크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A아파트는 최근 분양한 중대형 평형(전용면적 85㎡ 이상)의 계약률이 60%에 그치며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같은 단지 내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평형은 분양 시작 3일 만에 전 세대가 완판됐다. 분양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은 분양가가 15억 원 이상으로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컸다"며 "소형 평형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8억 원대의 분양가로 실거주 수요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 평형의 인기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고금리 영향으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평형에 대한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60㎡ 이하 소형 평형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청약 단지 중 전용면적 60㎡ 이하 평형은 1952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 접수자 수가 31만4121명으로, 평균 경쟁률 160.92대 1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평형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전용면적 102㎡ 초과135㎡ 이하 평형은 1023가구 모집에 1만2,40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2.13대 1에 그쳤다. 전용면적 135㎡ 초과(16.08대 1)와 85㎡ 초과102㎡ 이하(13.95대 1) 평형도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이 중대형 평형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에서 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 평형은 3.3㎡(평)당 평균 4969만6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102㎡ 초과 평형은 4591만7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분양가인 4408만9000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의 분양가는 17억 원을 넘어서는데, 이는 마포구나 강동구 등 다른 지역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수요자들이 가격 저항을 느끼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가 아파트 구매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투자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늘어난 점이 중대형 평형 수요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서울에서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소형 가구 증가로 인한 수요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부동산R114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에서 입주 예정인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는 3124가구로 전년 대비 23.2%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공급량이 1068가구로 더 줄어 올해의 26.3%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평형과 60~85㎡ 중소형 평형은 올해 입주 물량이 증가세를 보인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올해 1만6650가구로 늘어났다가 내년에는 3324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평형은 사업 주체인 조합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데, 조합에서는 대체로 중대형 평형보다 중소형 평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요 변화와 조합의 선호도가 공급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공급 감소로 단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변화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분양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대형 평형의 매력도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