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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스푸트니크 순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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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31 14:13:35 수정 : 2025-01-31 1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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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0월4일 소련(현 러시아)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어로 ‘위성’, ‘동행자’, ‘동반자’ 등의 뜻을 지닌 스푸트니크는 그날 소련 과학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대기권을 뚫고 우주 공간으로 치솟았다. 발사 후 5분 만에 궤도에 안착해 지구로 전자음 형태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부터 92일간 시속 2만9000㎞, 1초당 약 8㎞의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돈 뒤 대기권 재진입과 동시에 소멸했다. 바야흐로 우주 탐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57년 소련 기술자가 발사를 앞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점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혔다. 정부 관계자와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어붙었다. 소련은 1949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핵무기 보유국이 되며 미국을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소련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우주 탐사를 비롯한 과학기술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훨씬 더 앞서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으로 이 같은 확신은 하루아침에 허물어졌다. 소련이 인공위성에 핵탄두를 탑재해 우주 공간에 띄웠다가 미국 상공에서 떨어뜨리면 속수무책이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말이 바로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다. 대오각성한 미국 정부는 이듬해인 1958년 국책 연구기관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세웠다. ‘소련 과학자들보다 더 유능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명분 아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 과정을 확 뜯어고쳤다. 1961년 취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비록 인공위성 발사는 소련에 뒤졌지만 유인 우주선을 통한 달 등 우주 탐사는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969년 7월21일 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하고 우주선에 타고 있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 달에 발을 내디뎠다. 비로소 미국인들은 스푸트니크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AI 모델이 놀라운 성능으로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가운데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AI 모델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AI 분야 최강자로 통하는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딥시크가 제품 개발에 들인 비용 558만달러(약 78억원)는 챗GPT 개발비의 5.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래 갖고 미국 AI 기업에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 때문인지 엔디비아 등 AI 반도체 분야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이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규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자극을 받아 달 탐사 계획을 세우고 성공시킨 1960년대의 그 저력을 다시금 발휘할 수 있을까.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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