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4억… 최소 운영비 절반 꼴
정부는 형평성 고려 지원 ‘난색’
“국대 상비군 역할… 지원 시급”
국내 유일의 실업팀으로 사실상 국가대표 상비군 역할을 맡은 경기 수원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예산 부족으로 위태로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 하키팀은 올해 초까지 시의회의 예산 감축과 미온적인 정부 지원 탓에 존폐 기로 앞에 놓여 있었다.
3일 체육계에 따르면 수원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3차 예선 도중 운영 예산이 3개월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원시의회가 전년에 이어 선수단 예산안을 삭감, 편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의회는 여자 아이스하키리그가 국내에 없고, 시정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3년 12월 예산 편성 때부터 기존 운영 예산의 절반 수준으로 규모를 줄였다. 국가대표 상비군 역할을 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수원시가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도 반영됐다.
통상 25명 규모의 아이스하키팀을 꾸리기 위해선 연간 2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수원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비용 절감을 위해 12명의 선수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연봉 3000만원가량을 받으며 뛰는데, 연간 최소 8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의회가 2년째 예산을 줄이면서 시 예산은 4억원가량만 투입되고 나머지 절반을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에는 아이스하키협회가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다른 시·군과 형평성을 고려해 직접 지원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부터 수원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다시 존폐 갈림길에 내몰려야 한다. 수원시 하키팀은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보름가량 앞두고 불모지인 여자 아이스하키 육성을 위해 창단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수원시체육회 관계자는 “아직 팀의 운명이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26명의 선수단 중 지도자 3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수원시 소속”이라고 강조했다. 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도내 비인기 동계스포츠단의 해체는 2010년 이재명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어난 쇼트트랙팀 해산이 선례로 남아 있다. 2010년 7월 성남시는 채무 누적을 이유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고, 같은 해 12월 15개 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을 포함한 12개 종목 팀을 해체했다. 팀을 잃은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는 2011년 러시아에 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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