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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코리안 진이 기대되는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5-02-08 16:00:00 수정 : 2025-02-10 0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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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성수동에서는 흥미로운 팝업이 하나 열렸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더본코리아가 프로듀싱한 순수 코리안 진(gin), ‘아이긴(IGIN)’이다. 진은 유럽을 대표하는 증류주로 주니퍼베리(노간주나무 열매)와 그 외 허브를 증류주에 한 번 더 증류한 술이다. 허브를 넣고 다시 증류하다 보니 다양한 허브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니퍼베리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약으로 사용됐으며,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의 실비우스가 이뇨작용을 돕기 위해 증류주에 침출시킨 진을 만들었다. 이후 네덜란드 귀족인 윌리엄 3세가 영국 왕에 즉위하면서 진은 영국에 진출, 산업화를 거쳐 ‘런던 드라이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진은 영국 식민지인 인도로 퍼졌고,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진에 퀴닌을 넣은 진토닉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게 된다.

이번에 나온 아이긴(IGIN)은 흥미롭게도 주니퍼베리만 들어가지 않는다. 예산쌀과 예산사과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제품명도 애플진이다. 예산쌀 100%로 상압증류를 통해 쌀소주를 만들고, 주니퍼베리와 사과를 넣어 재증류했다. 그러다 보니 플루티한 사과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딱 좋은 스타일이다. 여기에 다양한 탄산 및 레몬 등을 활용한 칵테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청사에디션도 있는 만큼 마시는 제품이 아닌 모으는 제품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소장으로 콘셉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가 협업해 만든 애플진 아이긴(IGIN). 한국의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다는 것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실제로 1980년대 한국에서도 진을 만든 적이 있었다. 해태 런던 드라이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주정에 수입재료를 넣고 만든 것이 전부. 맛과 향을 음미하는 방법도 잘 모르던 시절에 만들어진 한국의 진은 이후 자취를 감춰버린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에 다양한 진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입재료를 썼다면 이번에는 우리 농산물을 써서 만드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진 시장을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국산 허브를 통해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감상 포인트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해당 지역과 소비자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재료에 제한이 적다. 주니퍼베리만 넣으면, 그 외에 내가 원하는 허브를 마음껏 넣을 수 있다. 이러한 것을 통해 나만의 진, 내 스타일의 진은 물론 지역의 농산물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그래서 최근 아이긴 외에 한국의 사시사철을 담은 스마트부르어리의 ‘마한진’, 강원도의 허브를 담은 브리즈앤스트림의 ‘나물진’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 진은 위스키 업체들이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서 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랜 숙성을 거치지 않는 만큼 바로 판매가 가능해 자금 부담이 작다는 장점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할 기회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곡물이 아닌 다양한 허브의 맛을 통해 지역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코리안 진 한 잔에 지역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 듯하다. 공급량이 적어 구매가 어려운 것이 속상할 뿐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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