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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장볼 때 10만원이면 됐는데, 이젠 12만원으로도 모자라요”

입력 : 2025-02-06 22:00:00 수정 : 2025-02-06 18: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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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가계 부담↑

생활물가지수,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

원자재·인건비 상승…제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

고환율·고유가, 물가 상승 주된 요인으로 작용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5) 씨는 최근 장을 볼 때마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만원이면 가족 한 주 식재료를 넉넉하게 살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 같은 품목을 구매하는데 12만원 이상이 든다. 김씨는 “기본적인 식료품뿐만 아니라 라면, 빵, 우유 같은 가공식품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김씨의 고민은 단순히 식료품 가격만이 아니다. 남편의 출퇴근 비용도 부담이 커졌다. 환율 상승과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는 “남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부터 생활물가가 급등하며 가계 경제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휘발유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 상승세가 쉽게 둔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석 달 연속 물가 상승폭 확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1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3.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활물가는 지난해 10월 1.2%까지 둔화했다. ▲11월 1.6% ▲12월 2.2% ▲1월 2.5%로 석 달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산정되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 물가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한다. 1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기업들도 연초부터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 할리스, 폴바셋 등 주요 커피 브랜드들은 지난달 일제히 커피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밥 7종과 사골곰탕 제품의 가격을 10∼20% 올렸다. 오리온, 대상, 동서식품 등도 소스류·과자·음료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휘발유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1500원대였던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주 연속 상승하며 현재 1730원 선을 기록 중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평균 1800원을 넘어섰다.

 

대학 등록금 인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전국 대학 190개교(사립 151개·국공립 39개) 중 54.2%에 해당하는 103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학부모와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생활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고유가·고환율 상황에 있다. 국제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 배럴당 67달러에서 점차 상승해 지난달 80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500원에 육박했다. 현재 145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유가와 환율 상승이 원자재·수입품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석유류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체감 물가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2%의 물가 상승률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는 등 외부 환경 변수들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국제 유가 상황을 고려할 때, 연초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 정책 역시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내수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연중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간 전망치인 1.8%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며 “현재 물가 지표도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해 있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에는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 새로운 경제팀이 출범하면 재정 정책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며 연간 물가 상승률 1.8%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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