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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많네.”
2011년 12월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의 최연소 비대위원. 이준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첫 회의 감성을 이렇게 적었다. 쏟아지는 플래시와 카메라. 여기저기서 울리는 키보드 소리. 만 26세 청년은 자신에 몰리는 관심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비대위 참여 전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제가 어디 가나 두각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없다. 제가 코딱지만 한 3명짜리 집단에 가도 조용히 있는 성격이 못 된다”고 했다.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말에 박 위원장은 “당연히 그러셔야죠”라고 답했다. 이준석은 그 말을 들은 후 참여를 결정했다. 26세 청년은 14년을 넘어 마흔 살이 되는 동안 숱한 평지풍파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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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정치인생은 명암이 뚜렷하다.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주역, 22대 국회 유일 수도권 3당 의원이라는 ‘명(明)’과 3번의 국회의원 낙선, 잦은 당적변경, 기존 정치인과의 불협화음이라는 ‘암(暗)’이 공존한다. “조용히 있는 성격이 못 된다”고 한 청년 이준석의 자기통찰 그대로다.
이제 그는 만 40세의 나이로 대선에 도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심판 여파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열리면서다. 그는 여야 잠룡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깃발을 사실상 들었다. 명암이 뚜렷한 행보는 이번 대선에도 그대로 일 가능성이 크다. 본인도 부인하지 않는다. 국민은 ‘조용한 성격이 되지 못하는’ 이준석을 전국단위 선거에서 평가할 것이다. 그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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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펭귄’ 이준석…돌파력·이슈 주도력 강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명료함이다. 그는 사안에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2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기자회견에서 그는 “제가 14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은 세상의 거친 파도에 풍화돼 순치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다. 이 의원은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면서 “전쟁을 선포한다”고 강경하게 맞받아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강사 전한길 씨 등 부정선거론 주장 인사와의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이 의원은 ‘부정선거’에 부정적 인식을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2020년 21대 총선 이후 그는 보수진영 내 부정선거 주장이 일자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공개토론을 하자”며 “이준석을 박살 낼 좋은 기회”라고 찬성 측을 비꼬았다.
‘명료함’은 돌파력과 합쳐지면 때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이 의원은 정치적 사안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방식을 즐겨 택한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은 대구 합동 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후 당 대표에 당선됐다. 2022년 윤석열 대선후보와 갈등 중 국회 의원총회에서는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들을 향해 “제가 단 한 번이라도 경선이 아닌 방식으로 사람을 꽂아 넣은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후 그는 갈등을 가라앉히고 윤석열 대선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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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명료함과 돌파력을 통한 정치적 행보를 토대로 이슈를 주도하는 데 능숙하다. 그렇게 의제를 펼치는 것에 자신감이 강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슈나 아젠다를 던진 뒤 이를 통한 논쟁을 통해 정치적 흐름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2030 청년 유권자들을 연설연단으로 올려 청년층 유권자들에 대한 보수정당 지지를 끌어냈던 사례나 2022년 대선과정에서 당 대표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내밀어 정치권에 토론을 제기했던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조기대선이 열릴 경우의 시대정신으로 ‘세대교체’를 제시했다. 2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며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반드시 건너야 할 바다라면, 저는 주저 없이 먼저 그 바다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도 두 후보가 ‘대장동’ 갖고만 싸우고 대한민국 비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이번엔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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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대선 키워드는? ‘교육’
이 의원의 정치적 행로를 한 번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교육’이다. 그는 2일 기자회견에서도 현재를 대한민국의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를 뚫어낼 카드 중 하나로 ‘교육’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교육에 대한 대대적 투자로 가진 꿈의 크기가 부모의 재산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제약받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에 올인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는 출발선이 불공평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년 전 처음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저소득층 아이에게 교육봉사를 하는 사회단체를 운영했고, 국민의힘 당 대표에서 물러난 후인 2023년 순천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등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가는 곳마다 싸운다’…인화력 부족, 과시 성향은 약점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반대로 말하면 다수 지지를 얻는 것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다. 특히, 다른 정치인과의 관계 설정에서 어렵게 된다. 거기에 본인 특유의 ‘센 발언’이 겹치면 강한 반감을 사기 쉽다.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두고 경쟁한 안철수 의원과의 대립이 대표 사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그는 안 의원이 서울시장이 되면 어쩌냐는 질문에 “지구를 떠야지”라고 답했었다. 2023년 11월 여의도 내 한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안 의원이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를 벽 너머로 듣자 “안철수 씨 식사 좀 합시다. 안철수 씨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지지자들에게는 쾌감을 줄지는 몰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엔 정서적으로 큰 반감을 주는 언행이다. 지지저변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이 의원의 대표적 약점이다. 2022년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다”고 말한 사례도 있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윤 후보 측과 여러 차례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감독(당 대표)이 선수(대선후보)까지 하려 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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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담은 정당에서 불협화음을 여러 번 일으켰다. 2019년 바른미래당 내에서 손학규 당시 대표와 갈등을 빚었고, 국민의힘 당 대표 때엔 윤 후보와의 마찰 끝에 초유의 ‘당 대표 잠적’ 사태를 일으켰다. 두 사람 간 갈등은 결과적으로 대선 후 이 의원이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원인 중 하나다. 이 의원은 자신의 주도로 창당한 개혁신당 내에서도 허은아 대표와 갈등했다. 개혁신당은 허 대표 당원소환 투표와 가결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7일 허 대표가 개혁신당을 상대로 ‘당원투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대표와의 갈등에서 상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협화음이 거듭 일어난다는 건 이 의원 본인 포용력에도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어찌 됐던 정치는 ‘내 편’을 많이 만들고 나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야 우위에 설 수 있다”며 “이 의원이 본인만의 소신과 원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것은 더 중요하다. 더욱이 이번에 도전하는 건 전국단위 선거인 ‘대선’ 아니냐”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그가 ‘갈라치기성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 및 현재 정치권내 갈등 확산이 계속되면 자연스레 국민은 안정추구형 리더십에 높은 선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의 이 의원의 정치적 경로는 이런 정치적 지형이 발생할 시 강점 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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