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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불안에 자재값 ‘천정부지’… 탄핵정국도 침체 부추겨 [심층기획-'내우외환' 빠진 건설업계]

입력 : 2025-02-11 06:00:00 수정 : 2025-02-10 19: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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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불확실성 가중
‘연 평균 1% 안팎 성장이 뉴노멀’ 전망도
2024년 부도 건설업체 29곳… 5년 새 최다
비상 계엄 등 여파 시장 혼란까지 겹쳐

인구감소·지역 쇠퇴 등 부정적 요인 작용
건설투자 과거 성장세 기대하기 어려워
전문가들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해야”
산업구조 근본적인 혁신 강조 목소리도

‘침체’, ‘위기’, ‘붕괴’.

국내 주요 건설협회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의 올해 신년사에서 드러난 현 건설산업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1만2700여개의 회원사를 둔 대한건설협회의 한승구 회장은 “이미 건설업계의 심각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뉴시스

건설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앞으로는 연평균 1% 안팎 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란 전망이 나오고, 경기 부진을 더는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업체도 갈수록 늘자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 가능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과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시장 혼란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에 빠졌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와 210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건설경기가 흔들리자 내수 위축으로도 이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정체된 산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영 악화에 쓰러지는 건설기업

10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모두 29개사로 2019년(49개사)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전년(21개사)보다 8곳 늘어난 것으로, 부도 업체 수는 2021년(12개사) 이후 3년 연속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 주요 경영 지표도 일제히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4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06%로, 전년 동기(3.85%)보다 0.79%포인트 하락했다. 전(全)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4.04%에서 5.79%로 1.75%포인트 오른 것과는 대조된다.

 

건설산업이 위축된 배경으로는 우선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이 거론된다. 건설공사비 지수가 2020년 100에서 지난해 12월 130.18(잠정)로 약 30% 오를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커지자 착공이 지연되고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높은 금리와 PF 시장 위기감 확대는 착공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우리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쌓이는 점도 건설업계에 악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민간 부문 건설투자 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는 탓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은 낮은 수입 의존도로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도 “건설 이외 타 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2차 영향이 커 환율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접적인 비용 상승 압력이 점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구조 근본적 혁신 필요”

국내 건설산업은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 도시화율,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했을 때 구조적으로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1980년대(1981∼1990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2.9%에 달했으나, 2011년 이후(2011∼2023년)에는 1.6%에 불과하다.

박선구 건정연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경제 및 인구구조, 지역 쇠퇴, 건설산업 여건 등 부정적 환경으로 건설투자는 과거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향후 건설투자 성장률은 평균 0∼1%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를 바라보고 있는 건설산업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와 함께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지난해 말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에서 “건설산업의 위기는 산업구조 전반의 한계를 드러내는 문제”라며 “산업의 구조적 개혁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민간, 학계가 공동으로 혁신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도 “건설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점, 정체된 산업 환경을 극복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생산구조 혁신, 디지털화 등을 통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스마트 건설 기술 확산 노력도 중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건설 기술·기능인력은 갈수록 고령화하고, 신규 진입 인력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시스템 혁신을 위해 스마트 건설 시스템 강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38.1세였던 재직 중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지난해 6월 51.2세로 올랐다.

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변화 노력과 더불어 산업구조 혁신을 위한 정부·국회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영준 건산연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정부와 국회 모두 건설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톺아보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정책 추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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