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ILO 협약 언급하며 제도적 사각지대 지적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진정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국가인권위원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오씨 사건 관련 진정인 4명이 5건의 진정을 접수했으며, 진정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31일 사이 5건의 진정이 경찰에 접수됐으며, 경찰은 지난달 31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사망해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진정이 접수됐고, 진정인이 피해 부분을 얘기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피해자 가족과 접촉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제도적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안 위원장은 “현실에서 대다수 프리랜서는 저임금, 사회안전망 미비 등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고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 경우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전혀 없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9년 채택한 ‘폭력과 괴롭힘 협약’도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존엄성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프리랜서 등 노동을 제공함에도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씨는 작년 9월 유명을 달리했다.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여 뒤인 지난달 27일 오씨 유서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유족이 MBC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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