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7년간 추진해 왔지만 건축허가 탓에 중단됐던 습지 복원을 위한 댐 건설 계획이 비버 8마리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댐 건설이 정체된 사이 비버가 같은 장소에 만든 천연댐(사진)이 원래 목표로 했던 습지를 완벽히 복원한 것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7년 전 프라하 남서쪽으로 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르디 지역에 댐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습지에 도랑을 만들어 배수한 뒤 군 기지를 건설했던 장소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체코 정부의 계획은 토지 소유권과 건축 허가 등의 난관에 부닥쳤고, 댐 건설 예정 지역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비버 8마리가 댐을 건설하려던 곳과 거의 동일한 위치에 둑을 만들었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둑 주변에 작은 연못이 생기고, 주변 습지가 늘어났다. 비버는 강력한 앞니를 이용해 나무를 베어 천연댐을 만들어 ‘비버 연못’으로 알려진 습지대를 조성한 것이다.
당초 체코 정부가 댐을 건설하려던 목표가 비버에 의해 달성된 셈이다. 댐 건설 계획을 주관한 체코 정부 관계자는 “비버는 둑을 만드는 장소를 항상 완벽하게 선택한다”며 “설계도도 없이 무료로 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버가 대신 둑을 만들어 준 덕분에 체코 정부가 절약한 비용은 3000만 체코 코로나(약 17억9000만원)에 달한다. 비버가 만든 둑을 점검한 생태학자들은 둑의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버는 추가로 둑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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