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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LED 쥐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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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1 23:40:19 수정 : 2025-02-11 23: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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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를 보면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이는 프로메테우스였다. 그는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쳐 인간에게 몰래 주었다. 분노한 제우스는 그를 코카서스 산꼭대기에 쇠사슬로 묶어두고는 독수리에게 간이 파 먹히는 형벌을 내렸다. 프로메테우스가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는 동안 인간 세상은 그가 선물한 불 덕택에 빠르게 발전해 나갔다. 올림픽의 성화 점화식은 이런 프로메테우스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고대 문명에서 불은 종교적인 의식과 영적인 가치의 일부였다. 불놀이 기원도 맞닿아 있다. 9세기 중국에서 화약이 발명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불꽃놀이로 진화했다. 불놀이 유혹이 끈질기고 강렬한 탓이다. 불꽃을 통제 가능한 영역에 가둬두고 즐기려다가 간혹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대와 결합이라는 사회적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더욱 화려해진 배경이다.

불놀이의 대기오염 문제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불꽃놀이 불꽃의 다양한 색은 구리, 리튬 등 많은 화학물질(중금속)로 만들어진다. 불꽃이 터지는 동안 사라지지 않고 공중으로 퍼진다. 이외에도 탄소 배출, 빛 교란으로 인한 동식물 생태계 파괴 등의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 3일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가 서울과 부산의 불꽃축제 이후 인근 지역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그 수치가 무려 32배까지 폭증했다고 한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일 년 중 가장 달이 크고 밝은 음력 1월15일에 달집을 태우며 한 해 복을 기원하는 민족 고유의 전통명절이다. 서민들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놀이, 소멸과 출발의 정신을 담은 불놀이로 고단한 삶을 다독였다. 이 가운데 논둑과 밭둑을 태우거나 깡통에 불을 담아 돌리는 쥐불놀이는 아이들에겐 단연 인기였다. 자칫 초가삼간을 태우는 화마로 번질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발광다이오드(LED)의 등장으로 이제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하다. LED 쥐불놀이는 전통의 현대화다. 탄소 배출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불꽃놀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공동체 결속보다 개인 욕구가 커진 시대이긴 하나 대보름달을 보며 행운과 풍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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