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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월급의사로 전락”… 의학 연구마저 흔들 [심층기획-의·정갈등 1년…위기의 의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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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8 06:00:00 수정 : 2025-02-18 0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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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근무 투입 교수들 연구 시간 태부족
의·정갈등 전후 논문 투고수 8% 이상 줄어
연구 중단에 ‘전문의 유출’ 악순환 쳇바퀴

“대학병원은 진료·교육·연구 세 가지가 기본 축인데 의·정 갈등으로 교육은 물론 연구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한 국립병원 교수는 “교수들이 ‘돈 적게 받는 봉직의(월급의사)’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정 갈등이 1년째 이어지면서 타격을 입은 건 의료행위뿐만이 아니다. 의학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연구활동까지 멈췄다. 수련병원에서 진료를 보조하며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던 전공의가 집단 사직하면서다. 남은 교수 또한 전공의 대신 당직 근무에 투입돼 연구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상황이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시가운이 걸려있다. 뉴시스

실제 의학 논문 투고 건수의 감소세가 확인되고 있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만 해도 의·정 갈등 전후로 논문 투고 건수가 8% 이상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지난달 JKMS에 게재된 논문 ‘JKMS 투고와 한국 의학 학술지 출판에 대한 통찰’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JKMS에 제출된 논문은 모두 8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79건) 대비 8.2%(72건) 줄어든 수치다.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 ‘바닥’을 친 게 아니란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는 PA(진료지원) 간호사분들이 레지던트 선생님들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계실 때에도 잠도 못 자고 데이터 돌리고 분석해서 만들어내던 논문”이라며 “(전공의 집단 사직 영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더 여실히 증명될 것이다. 이대로면 논문 발간 건수가 엄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떠나 현실화하는 연구 중단은 대학병원의 전문의까지 바깥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면 밖에서 인기가 많은 마취통증의학과나 영상의학과가 병원 소속으로 월급을 받아가면서 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전공의가 떠나 연구할 여건은 안 되는데 ‘1년에 논문을 몇 편 써야 한다’, ‘1년에 연구비를 얼마 따야 한다’ 등 병원 측 요구는 그대로”라며 “외부에서 일하면 여기보다 월급을 3배는 받을 수 있으니 젊은 교수들이 자리를 지키기 힘든 것”이라고 했다.


김승환·정진수·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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