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안팎 ‘흔들기’에 극우세력 편승
“분석을 해봤더니 (주심 재판관이) 피청구인(대통령) 쪽 증인에 대해서 주로 묻고 있습니다. 질문은 ‘앞뒤 말이 맞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하고요. 오해에 따라서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겁니다. 법관이 아니라.”
2017년 2월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날 재판 엿새 전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가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뱉은 말이다.
변론 종결을 하루 앞둔 이날 재판에서 김 변호사는 1시간 30분 넘게 홀로 이같은 과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재판관들을 향해 “법리가 맞는지 증거를 대야 할 거 아닌가”라거나 “법관은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다. 말뜻을 자기(재판관)가 모르면 다른 사람도 모르는 건가”라는 식의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 변호사가 주심 재판관을 지목하며 국회 ‘수석 대리인’이 아니냐고 한 대목에서는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정미 전 재판관이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수석 대리인이라는 말은 여기서 말씀할 수 없습니다”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 전 재판관은 그러면서 “이 재판을 진행하는 건 주심 재판관이라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대리인에) 들어왔을 때는 피청구인 쪽 증인밖에 없었다. 사실관계를 다 아시고 말씀을 해주시죠”라며 바로 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를 향한 ‘공정성 지적’은 8년이 지나고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13일 8차 변론기일에서 재판 시작 직후 “지금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을 비롯한 명문의 법률 규정을 위반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위법·불공정한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같은 날 재판에서도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재판관을 향해 “법적 근거를 대라”고 따져 묻는 일도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증인신문하는 과정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조 메모’ 관련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증인신문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다소 흥분한 모습으로 “규정의 근거가 뭐냐”고 했다. 옆자리에 있던 대통령까지 만류했지만 그는 재차 “법적 근거를 보여달라”고 항의했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법에 보면 피청구인이 퇴정한 상태에서 증인신문할 수 있고 청구인 측에서 (지난달 21일) 그것을 요청했다. 평의를 종합해본 결과 그것은 불공정한 재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청구인은 재석하되, 피청구인의 지위가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산하에 있는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직접 신문보다는 대리인을 통해서 하는 게 좋겠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헌재 밖에선 ‘흔들기’를 넘어선 도를 넘는 공격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17일을 포함해 수차례에 걸쳐 헌재에 항의 방문하며 문 대행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헌재에 대한 불신을 부각하는 이런 행위는 일부 극우 세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와 극우 유튜버 일부는 문 대행 집앞까지 찾아가 출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고, 온라인에선 재판관들을 향한 근거없는 사실에 근거한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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