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9조 투입
2023년 인근 상권 매출 2년새 19%↑
현대차·삼성SDI 등 기업 투자 러시
市,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성과 거둬
인허가 기간 단축 등 기업 지원 박차
올 ‘기회특구’에 11개 기업 22조 투자

◆굵직한 기업들 투자로 지역경제 살아나
19일 울산시에 따르면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32개 기업이 울산에 새로 입주하거나 공장 신설 및 기존 시설에 대한 재투자를 진행했다. 국내외 기업들 투자액은 23조6743억원이다. 울산시 한 해 예산(5조1578억원)의 4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비수도권 시·도에서는 이례적으로 많다.
투자 분야로는 석유화학이 9조8918억원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이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가 6조9673억원(29%), 자동차·조선 분야가 4조4447억원(19%)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의 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 규모는 1만1534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투자유치 사례로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샤힌 프로젝트’가 있다. 샤힌프로젝트는 온산공단 내 42만㎡ 부지에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국내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로, 2026년 준공이 목표다.

현대차는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전기차 생산공장과 하이퍼캐스팅(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제조공법)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이에 오트로닉스와 신기로직스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삼성SDI와 고려아연은 각각 1조6000억원, 1조9384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새롭게 건설할 예정이다.
SK종합화학과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사빅(SABIC)의 합작법인인 SSNC는 넥슬렌 생산공장을, 롯데에스케이에너루트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현대오일터미널은 친환경 액체화물 저장시설 증설 등을 결정했다.
국내외 기업들의 대울산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샤힌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온산공단 인근 온산읍과 온양읍의 유동인구는 18.3% 증가했고 빈 원룸 수는 42.9% 감소했다. 주변 상권의 매출도 상승했다. 온산읍의 카드매출은 2021년 717억원에서 2023년 1016억원으로 19%, 온양읍은 같은 기간 650억원에서 871억원으로 15.7% 각각 늘었다. 음식업 및 주점업의 카드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온산읍에선 27.5%(90억6000만원), 온양읍에선 25.3%(60억1000만원) 각각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현장지원 등으로 친기업 정책 강화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울산 투자 러시’ 배경에는 김 시장의 특별한 ‘친기업’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시는 인허가 부서 직원들로 구성된 현장지원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전기차 공장의 인허가 기간이 기존 3년에서 10개월로 단축된 게 단적인 사례다. 삼성SDI의 배터리 및 양극재 생산공장 인허가 역시 3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 울산시장 선거운동 당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김 시장은 지난해 12월 중구 다운동 18만9000㎡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울산시는 앞으로도 기업 유치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계획을 추진하고, 기업현장지원 전담팀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에는 시 공무원을 직접 파견해 애로사항 등을 적극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온산공단과 미포공단 등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1명씩 권역별 책임관을 운영한다.
시는 올 한 해 규제특례 등이 가능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더 많은 기업 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미 11개 선도기업이 22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시는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세제·재정 지원 등의 특전을 제공하며 기업들의 후속투자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투자유치 전담매니저도 운영해 기업 실태조사 및 잠재투자기업을 추가 발굴하는 등 전략적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스타트업도 키운다. 남구의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 지역 창업거점을 열고, 창업벤처펀드 조성 규모를 확대해 혁신 새싹 기업의 성장동력을 늘리는 등 창업 생태계를 키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에 유치한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는 2∼3년 후에는 GRDP와 지역 수출액의 증가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투자하기 좋은 도시 울산’을 만들어 산업수도로서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두겸 울산시장 “지속 가능 성장 위해 양질 일자리 창출 필수”
“울산 지역 기업이 잘되는 것이 곧 울산이 성장하는 길입니다.”
김두겸(사진) 울산시장이 말하는 ‘역대급’ 기업 투자 유치 성공 비결이다. 기업 친화적 정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방소멸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시장은 “울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민선 8기가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어느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는가.
“울산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친화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심 내 그린벨트 해제, 기업 유치를 위한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같은 규제 혁신이 있다.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에 이어 에너지 생산 지역의 전기요금을 더 저렴하게 책정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산업수도 울산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투자 유치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기업이 울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저 역시 기업 방문 시 해당 기업의 근무복을 입고 가는 등 기업 친화적 자세를 직접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기업 유치를 위한 울산시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작은 실천이지만, 기업인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광역비자 제도’를 도입한다고 들었다.
“전국적인 저출생, 고령화, 청년인구 수도권 유출로 울산은 조선업 중심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비자 제도 도입을 요청해왔다. 울산은 조선 용접공, 선박 전기원, 선박 도장공 등 3개 직종에 대한 비자를 설계했고, 이달 중 정부 공모에 접수한다. 3월부터 제도가 시행되면, 울산시는 울산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 안전, 사회통합, 인권 등 분야별로 다양한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 외에 지역소멸 대응책이 있다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여가 등 시민 생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 울산에 온 청년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희망주택(224호)을 건립하고, 청년가구·신혼부부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광역시 최초로 265일 24시간 긴급 돌봄을 제공하는 ‘시립아이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조부모 손주돌봄수당을 신설했다. 어린이 버스요금 무료화 등 ‘울부심 생활플러스 사업’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
―울산 발전을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에 집중할 방침인가.
“지난 2년여간 산업수도 울산의 명성을 되찾고, 미래 60년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단순한 산업 발전을 넘어 시민들이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광·문화 등 생활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앞으로 기업 친화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시민들이 울산의 변화를 체감하고, ‘그래, 역시 울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