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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난민 쇼크에 … ‘우측 깜빡이’ 켜는 독일 표심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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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3 10:00:00 수정 : 2025-02-23 13: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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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독일 조기총선 … 향배 주목

숄츠 총리 집권 이후 2년 연속 역성장
잇단 난민 흉악 범죄 대응 미숙 도마에

CDU·CSU연합 지지율 30% 안팎 선두
黨 우경화 주도 메르츠 차기 총리 유력

극우 성향 AfD, 반이민 정서 업고 약진
연정 구성 등 정치 지형에 큰 파장 예고

출범 3년 만에 불이 꺼진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연정)’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조기 총선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경제 침체 장기화와 난민 문제를 겪으며 독일의 표심은 오른쪽으로 빠르게 기우는 모양새다. 유럽의 ‘큰형님’ 독일의 선거 결과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파고 속에서 안보·경제적 위기에 처한 유럽 정치 지형에 ‘우향우’ 바람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난민문제가 부른 정치 위기

독일 총선이 애초 예정보다 7개월 앞당겨진 것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 등 ‘신호등 연정’이 붕괴한 결과다. 중도좌파 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와 친기업 우파 성향의 FDP의 연정은 처음부터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기 동안 경제 역성장을 거듭한 숄츠 총리는 FDP와 재정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결국 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경질로 연정은 파국을 맞았다. FDP 연정 탈퇴로 의석수 합계(324석)가 재적 절반(368석)에 못 미치자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숄츠 총리는 의회에 신임투표를 자청해 총선 날짜를 앞당기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그러나 숄츠 총리의 연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 정권이 경제 불황과 잇따른 난민 흉악범죄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세제개혁, 국경봉쇄 등을 외치는 보수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 불리던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숄츠 총리 집권 후인 2023년 -0.3, 지난해 -0.2로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러시아의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물가상승에 시달린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독일 차가 휘청인 탓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1%에서 0.3%로 끌어내렸다. 로이터통신은 “높은 에너지 비용과 불확실한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공급 정책으로 독일 우량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파’ 메르츠 차기 총리 유력

현 추세대로라면 숄츠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퇴진 이후 3년 만에 기독민주당(CDU·중도우파)에 다시 정권을 내줄 것으로 점쳐진다.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로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CSU는 바이에른주, CDU는 나머지 15개주에서 활동하며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는 사실상 같은 당이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당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된 메르켈 전 총리와 달리 불법 이민 차단, 탈원전 재검토 등을 주장하며 당의 우경화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CNN은 “(메르츠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CDU의 중도주의 정책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CDU·CSU 연합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것도 SPD가 아닌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AfD)이다.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세를 불린 AfD는 창당 이래 가장 높은 약 20%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AfD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현재 지지율대로 제2당을 차지할 경우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극우 세력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PD는 신호등 연정 붕괴로 임시 중도진보 소수정부를 꾸리고 있는 녹색당과 함께 각각 15%, 13%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SPD는 2021년 총선 당시 막판 대역전극을 재현하겠다고 벼르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연정 참여 않는 ‘극우’ AfD 득표율

CDU·CSU 연합의 독주 체제가 계속되자 시선은 이미 차기 연정 구성으로 쏠리고 있다. 독일 정치 구조상 특정 정당이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지 않는 한 두 개 이상 정당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메르츠 대표는 우선 SPD·녹색당과 각각 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자매정당 CSU가 녹색당과 연정을 극렬히 반대해 SPD와 우선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 좌우를 대표하는 양대 정당 SPD와 CDU·CSU 연합은 그동안 몇 차례 대연정을 꾸렸다. 숄츠 총리는 2018∼2021년 CDU의 메르켈 총리 4기 내각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았다.

그러나 현재 두 정당은 난민·경제정책을 두고 견해 차이가 큰 데다 감정의 골도 깊어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숄츠 총리는 지난 17일 TV토론에서 차기 정부에서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PD와 CDU·CSU 연합의 좌우 대연정이 구성되면 총리 아닌 장관으로는 입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메르츠 대표도 같은 질문에 “우리 둘 다 그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본다”고 답했다.

여기에 AfD의 득표율도 정치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AfD는 SPD를 앞서는 지지율에도 극우 정당과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치권의 ‘방화벽’ 원칙에 따라 연정 참여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AfD가 지지율을 계속 높이며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이를 빼놓고는 연정 구성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주의회 선거에서 AfD가 제1당을 차지한 튀링겐주에서는 AfD를 제외하고 주정부를 구성하느라 적잖은 혼란이 벌어졌다.

AfD가 선전할 경우 ‘신호등 연정’처럼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려야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현재 83석을 보유한 AfD가 이번 선거에서 약 20%를 득표하게 되면 의석수를 배로 늘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AfD의 2021년 총선 득표율은 10.4였으며, 당시 총선이 끝나고 신호등 연정이 구성되기까지는 3개월 가까이 걸렸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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