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규모 등에 변화 생기나’ 이목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의 대장 3명을 한꺼번에 경질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과거 주한미군에서 오래 복무해 미군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장성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주한미군에 모종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미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의장를 비롯해 해군참모총장, 그리고 공군참모차장까지 대장 보직 3자리가 공석이 됐다. 한국군과 달리 미군은 각군 참모총장은 물론 2인자인 참모차장에도 대장이 보임된다.
취임 후 2년도 채 안 돼 갑작스럽게 물러난 이들은 찰스 브라운 전 합참의장(공군 대장), 리사 프란체티 전 해군총장, 제임스 슬라이프 전 공군차장이다. 이 가운데 브라운 전 의장은 같은 공군 출신의 댄 케인 중장이 후임 합참의장 후보자로 지명되었으나, 프란체티 전 해군총장과 슬라이프 전 공군차장은 후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내쳐졌다.
트럼프는 갑작스러운 인사 배경에 관해 당사자들의 사의 표명에 따른 의원면직인지, 아니면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경질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장성들을 해고했다’는 취지로 보도해 이번 인사를 경질로 단정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우리 군은 전쟁을 억제하고, 싸우고, 승리하는 핵심 임무에 집중할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놓았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군 수뇌부도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렇더라도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4년 임기가 보장되고 각군 참모차장도 최소 2년 이상은 재임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켜져 온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대장 3명의 이력이다. 브라운 전 의장, 프란체티 전 해군총장, 슬라이프 전 공군차장 모두 주한미군에서 오래 복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라운 전 의장은 중위 시절인 1987년 4월∼1988년 10월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 제35전술비행대대에서 F-16 조종사로 활약했다. 또 대령 때인 2007년 5월∼2008년 5월 군산 소재 미 제8전투비행단 단장으로 일했다. 한국에서 두 번에 걸쳐 2년 6개월가량 근무한 셈이다. 브라운 전 의장이 과거 공군참모총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미 공군은 보도자료에서 그를 ‘한반도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프란체티 전 해군총장은 준장 시절인 2013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약 2년간 부산에 있는 주한미군 해군의 사령관을 역임했다. 슬라이프 전 공군차장의 경우 준장이던 2015년 8월 주한미군 및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으로 부임해 소장으로 진급한 뒤 2017년 6월 다른 임지로 떠날 때까지 2년 가까이 한국에서 지냈다.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3명 다 미군을 대표하는 친한파 장성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2017∼2021년) 내내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줄이거나 아예 철수할 수 있다는 식의 위협도 가했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주한미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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