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내수회복 우선 대응 필요
금리인하로 서민·영세 부담 완화
공공요금 동결… 물가 단속나서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0%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연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JP 모건은 1.2%로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침체 심화 전망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1% 후반대에 있던 소비자 물가가 지난 1월 다시 2.2%로 올랐기 때문이다.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책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한국은행은 25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내수회복에 초점을 두고 정책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내수침체는 금융부실을 확산시키고 기업도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금리와 내수침체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중소건설사들의 도산과 금융부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내수침체가 지속될 경우 대형건설사의 도산까지 확산될 수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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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것도 배경이다. 미국은 경기호황으로 물가가 높아지는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이지만 한국은 경기는 침체인데도 환율과 원유가격 그리고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비용상승형이다. 금리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금리 인하 시 한·미 간의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하나 지금 환율이 높아진 것은 한·미 간의 금리 차이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와 이로 인한 강달러가 주된 원인이다. 금리 인하로 내수경기가 회복되어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가 늘어나면 환율은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상반기 중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행하기 어려운 것도 금리 인하를 필요로 한다. 지역화폐 지급 등에 대해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탄핵 등으로 정치적 변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상반기 중에 시행이 어려울 수 있으며 하반기에 가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들어가 정치적 상황이 안정될 경우 정책 기조가 확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이렇게 보면 정책당국은 물가안정보다는 내수회복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한국은행은 2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과도하게 높였다. 과도한 금리 인상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낮출 뿐 아니라 내수경기를 침체시켜서 금융부실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고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연기해야 한다. 에너지 요금이 오를 경우 농산물 물가 등 모든 물가가 다시 높아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내수경기는 더욱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서 건설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한 주택 관련 세제를 개선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서 대표적 내수산업인 건설업의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과도한 양도소득세를 낮추고 1주택 제도 등의 주택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 주택공급 증가보다는 변두리나 수도권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교통인프라를 확충해서 건설경기를 진작시키고 도심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와 물가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내수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은 환율을 안정시켜 수입물가가 낮아질 경우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책당국의 올바른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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