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하라 총장 “日의 식민 지배 묵인 罪
존귀한 선배 언어 접하길” 설립안 밝혀
“릿쿄의 모든 학생들이 이 존귀한 선배의 언어를 접하기를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일본 릿쿄대학교가 윤동주 기념비를 세운다. 니시하라 렌타 총장은 23일 도쿄 도시마구 릿쿄대 예배당에서 올해 80주기를 맞은 윤동주의 뜻을 기리는 행사를 열고 올해 안에 기념비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릿쿄대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윤동주가 일본에서 처음 다닌 대학이다. 그는 1942년 4월부터 반년간 릿쿄대에서 공부한 뒤 교토에 위치한 도시샤대에 편입했다.
신학자인 니시하라 총장은 추도 예배와 시 낭독회에 이어 ‘내가 윤동주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주제로 강연했다. 니시하라 총장은 일본 성공회가 1996년 결의한 ‘전쟁 책임에 관한 선언’을 언급하며 “일본 성공회는 전쟁 전과 전쟁 중에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지지·묵인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 죄를 고백한다”고 말했다. 또 윤동주의 작품 중에 ‘서시(序詩)’를 가장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니시하라 총장은 “하늘에는 신이 포함돼 있다”며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것은 창피를 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창피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릿쿄대 기념비의 구체적인 설립 시기와 디자인 등은 향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윤동주 시비(詩碑)는 도시샤대에 있지만, 도쿄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시샤대도 윤동주 기일인 지난 16일 교내 예배당에서 윤동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며 추모했다. 도시샤대가 고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준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릿쿄대 행사 참석자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20대에 세상을 떠난 윤동주를 추모했다. 나카가와 히데키 사제는 “일본 식민지 정책에 따른 탄압으로 한반도는 역사, 문화, 언어를 빼앗겼다”며 “윤동주는 그러한 절망 속에서 평화의 마음을 담아 여러 시를 한글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에게 윤동주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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